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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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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민일보
  • 승인 2013.05.03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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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재(丹齋) 신채호는‘묘청(妙淸)의 난'(1135년)을‘조선 일천년래 대사건(一千年來第一大事件)’이라 평하고 있다. 그는 '세상이 온통 잔약·쇠퇴·부자유의 길로 들어서게 된 것은 독립당과 진취사상을 대표한 묘청이 사대당(事大黨)과 보수사상을 대변한 김부식(金富軾)에게 패함이 그 원인'이라고 진단한다. 김부식은 그렇게 사대주의자(事大主義者)가 되었다.
묘청의 ‘칭제건원론(稱帝建元論)’과‘금나라 정벌론’은 분명 매력적이다.
그럼 김부식은 왜 비겁한 사대주의의 길을 택한 것일까.
김부식은 송(宋)에 두 번 간다.
처음 간 것이 그의 나이 만 41세가 되는 해인 1116년이다. 당시 휘종(徽宗)은 김부식에게 [자치통감(資治通鑑)]을 선물했고 이것은 후일 [삼국사기(三國史記)] 편찬에도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6개월을 머물렀던 송은 당대 지구상 최고의 나라였다. 당시 수도인 카이펑(開封)의 인구는 70만이 넘었다고 하는데 런던이나 파리의 인구는 10만도 되지 않았다.
두 번째 방문은 10년 뒤인 1126년에 이뤄지는데, 목적은 흠종(欽宗)의 즉위를 축하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때 송나라는 김부식의 입경을 막는다.
결국 카이펑에는 들어가지도 못하고 8개월을 머물다 돌아오게 된다. 송나라가 고려를 믿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부식은 그 기간을 허송세월한 것이 아니다. 그는 동북아 정세가 급변하는 현장에서 너무도 명확한 사실을 확인하게 되기 때문이다.
바로‘정강지변(靖康之變)’의 중심에 자리하게 된 것이다. 금나라의 침공으로 흠종과 휘종 부자를 비롯한 수천 명의 황족과 대신들이 포로로 잡혀 금나라로 끌려갔고 북송은 멸망한다.
이때 금 태종은 흠종에게는 '중혼후(重昏侯)', 아버지 휘종에게는 '혼덕공(昏德公)'이라는 칭호를 내려주었는데 모두 정신이 혼미한 사람, 즉 제 정신이 아닌 사람이라는 모욕적인 칭호였다. 황후들 역시 그 모욕 대상에서 예외가 될 수 없었다.
김부식은 이러한 국제 정세 속에서 고려가 취해야 할 방향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송의 멸망을 목격하고 돌아온 그로서는 국제정세를 무시하면서 신흥 강국 금나라와 전쟁을 벌이자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었다.
그것은 나라를 멸망에 이르게할지도 모르는 '위험한 생각'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역사는 되풀이 된다고 했던가.
5백년 뒤 똑 같은 상황이 발생한다. 그리고 이때는 척화론(斥和論)이 정책으로 채택된다.
결과는 삼전도의 굴욕과 50만이 넘는 포로, 그리고 환향녀(還鄕女)의 비극이 기다리고 있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병자호란(丙子胡亂) 당시 청나라가 고려와 금나라의 역사적 관계를 거론하며 불필요한 전쟁을 조선이 자초했다고 한 사실이다.
거기에 주목하는 것은 침략자의 오만한 지적 때문이 아니라 조선이 얼마나 국제정세를 정확하게 파악했는지에 대한 참고 사료이기 때문이다.
김부식을 마냥 비겁한 사대주의라고 비판만 하기에는 역사의 전개상황이 너무 냉혹하지 않은가.
김부식은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위기관리의 모습을 보여준 지도자로 평가받을 만한 부분이 있다. 전화(戰禍)가 없었다는 이유로 그가 비판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그것은 그가 이룬 성과이기 때문이다.
역사는 언제나 진실과 정의의 편인가. 그에 대한 답이 쉽지 않다. 그 이유는 우리가 믿고 있는 역사적 진실과 정의가 불완전하기 때문이다. 거기엔 상반된 이미지의 왜곡이 자리하고 있다. 극단적인 비판과 미화. 공통점은 둘 다 진실을 보는데 장애가 된다는 것이다.
김부식에 대한 판단 역시 마찬가지다. 그를 미화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극단적인 비판만 하는 것도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현실에서 미움과 미화를 모두 제거해보자.
보다 진실에 다가서게 될 것이다. 우리에게 두 번이나 굴욕을 안긴 만주족(滿洲族)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장상록 / 농촌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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