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선거는 참으로 이상해요 기자양반. 예전에는 유권자들의 무관심이 문제였는데, 이젠 후보들이 유권자를 무시한다니까"
4.29 재보선이 중반으로 접어들었지만 좀처럼 선거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아 사상 최악의 투표율마저 우려된다.
22일 전주 주요 거리 곳곳에서 화려한 옷을 입은 각 당 후보들의 선거운동원들이 연신 투표독려와 지지를 호소하고 있지만 이를 관심있게 지켜보는 이들은 극히 드물다.
간혹, 길가던 노인분들이 후보자가 직접 연설을 할 때, 지켜보는 모습이 목격되곤 했다. 하지만 대다수 시민들은 선거운동원들의 현란한 율동과 확성기를 통해 들려오는 선거노래가 귀에 거슬리기라도 한 듯 짜증스런 표정을 유세차량을 지나치기 일쑤였다.
바람이 많이 분 탓인지 이날 거리에는 평소 적은 숫자의 사람들이 거기를 지나고 있었다.
시내 관통로 사거리에서 한 후보의 유세를 지켜보던 김영덕씨(48·자영업)는 "내가 그동안 많은 선거를 경험했지만 이번 (재선거처럼 정말 이상한 선거는 처음 본다니까"면서 "유권자들은 안중에도 없고 자기들끼리 집안싸움에만 열중하고 있다"며 불신감을 드러냈다.
이 때 김씨의 친구인 최충섭씨(49·영업)도 거들었다. 그는 "정동영이든, 민주당이든, 결국은 합쳐지는 것 아니겠어"라며 "민주당은 매번 전북이 정치텃밭이라고 강조하지만 정작 새만금사업은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더 잘 풀린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민주당과 정동영·신건 무소속 연합의 대결구도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출하는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재래시장 상인들의 의견을 듣고자 전주 중앙시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 자리에서 21년째 채소를 팔고 있다는 김모씨(62·여)는 "정치인들 매번 선거할 때면 시장통을 찾곤 하는데 그 때뿐이잖아 그 사람들 원래가"라며 "이번 선거할 때도 중앙시장 안 다녀 간 후보들 없을 정도인데 당선되면 다 똑 같은 사람들여 난 투표 안 한지 오래됐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각종 선거할 때마다 되풀이 되는 유권자들의 불만이 이번 재선거에서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후보자들이 유권자를 무시하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역으로 시민들 사이에서 나온다.
취업 준비생인 표준일시(29)는 "청년 실업이 심각하고 환란 위기 이후 최대 경제위기의 상황에 놓였지만 4.29재보선 후보들은 유권자들의 최대 관심사인 경제활성화는 뒷전이고 정치적 이해관계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유권자의 마음을 모르는 그들이 국회에서 국민의 마음을 제대로 읽어낼지 의문이다"고 꼬집었다.
이번 재보선은 무소속 정동영 후보의 출마 등으로 당초보다 유권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각 후보들이 최근까지 내놓은 공약들은 서민들의 눈높이를 벗어난 사업들이 많고, 후보들도 서민경제보다는 선거 후 정치구도 변화에 더 신경을 쓰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윤동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