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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지 않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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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지 않는 나라
  • 전민일보
  • 승인 2015.10.28 1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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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다. 높푸른 하늘은 보고 있기만 해도 깃털처럼 가벼워지고 저마다의 빛깔로 물들기 시작한 단풍은 봄꽃보다 더 화려하다. ‘김현승’시인은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고, 어느 한 사람을 택해 사랑하게 하고, 호올로 있게 해 달라.”고 했다. 가을을 흔히 독서의 계절이라고 한다. 남보다 빨리 찾아온 노안 때문에 돋보기를 끼지 않으면 책을 볼 수 없는 처지가 된 지 오래다. 게다가 안구건조증이 심해 책을 읽다보면 눈이 쉽게 피곤해진다. 그러나 책을 멀리할 수 없다.

요즘은 전자책이 보편화되면서 종이책을 읽는 독자가 예전같지 않다. 출판사나 언론사에서 독서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자 제정한 문학상이 수지에 맞지 않자 줄줄이 취소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고등학교 때까지 참고서나 문제집을 사서 점수를 올리는데 급급했던 대학생들은 대학에 입학하여 전공서적도 잘 사 보지 않고 있다. 선배에게 책을 빌리든가 시험에 나올 부분만 복사하여 공부하는 학생이 많다. 많은 대학이 그렇지만 내가 몸담고 있는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추천도서 목록과 해설서까지 만들어 독서의욕을 고취하려고 하고 있다.

우리나라 일반 성인이 책을 읽는 평균 독서량은 한 달에 한 권도 안 되는 0.8권으로 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이다. 전세계 191개국과 비교하면 166위에 머문다. 월 평균 여섯 권이 넘는 미국, 일본, 프랑스와 비교할 바가 못 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작년에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 가운데 71.4%가 연간 책 한 권도도 읽지 않는다고 한다. 평균 독서시간도 30분 이내다. 인터넷을 사용하는 2.3시간, 스마트 폰을 사용하는 1.6시간에 비교해도 너무 적은 시간이다.

이렇게 독서량은 적은 반면에 음주량은 늘었다. 화장품은 20대 남녀를 기준으로 한 달 평균 여성은 29.8개를, 남성은 15개를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유기농식품과 건강관련 식품 소비가 갈수록 늘고 있다. “강남가면 그 사람이 그 사람이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우리나라는 이른바 ‘성형공화국’이 된 지 오래다. ‘성형수술 세계 1위’라는 타이틀과 함께 성형을 권하는 사회가 되었다. 이런 사회적 환경과 더불어 과거에 비하면 우리나라 독서 환경은 나아졌다. 지역 주민을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마을도서관이나 작은 도서관을 많이 건립하여 접근성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독서량이 많은 나라는 지역주민이 자기 지역에 있는 작은도서관을 잘 이용하고 있다. 주민들은 도서관을 낯설어하지 않고 마치 동네 사랑방처럼 드나든다. 지역 도서관답게 지역에 대한 정보를 많이 구비하여 그 지역 정보를 얻으려고 찾는 사람이 많다. 주민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도서관을 마음먹고 날 잡아서 가는 것이 아니라 편의점 들리듯 오고 간다. 도서관에서 책만 읽는 게 아니라 지역 주민이 소통하고 문화를 형성하는 공간으로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책을 읽지 않는 이유를 대부분 시간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주 5일 근무가 정착된 이후 책 구입비는 떨어진 반면 오락이나 여행에 들인 경비는 더 늘었다. 이것을 감안하면 시간이 없어서 책을 읽지 않는다는 것은 곧이곧대로 들리지 않는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지혜롭고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없어 정신적 빈곤에 허덕일 수밖에 없다. 책을 읽지 않는 사회는 소통이 부재하여 정신적 뇌사상태에 빠질 수 있다. 책을 읽지 않는 나라는 미래가 보이지 않아 암담해진다. 가정에서 어른이 먼저 텔레비전을 끄고 자녀에게 책 읽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오늘날 독서의 계절은 따로 있을 수 없다. 하루하루가 독서하는 시간이고 일 년 열두 달이 독서하는 계절이다.

최재선 한일장신대학교 인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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