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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지 못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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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지 못하는 사람들
  • 전민일보
  • 승인 2015.10.22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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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참을 인(忍) 자가 셋이면 살인도 피한다.’는 말을 종종 들었다.

할머니가 밥상머리에서 하시던 말씀이었다. 삼촌에게 당부하던 이야기로 생각된다. 삼촌이 혈기 방장한 나이였기에 더 그러셨을 게다.

이제 세상은 많이 변했다. 갈수록 사람들은 참지 못한다. 하고 싶은 말은 기어이 해야만 직성이 풀리나 보다. 우리 가정이라고 해서 다를 게 없다. 모두 제각각이다.

못 들어서 좋을 이야기가 세상에 넘쳐난다. 누구 말이든 이리저리 뒤적이고 새겨 보면 서운한 구석이 있게 마련이다. 사람은 항상 자신의 잣대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은 바쁘다, 피곤하다 핑계 대며 늙은이를 배려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노인들은 자식들에게 온갖 정성을 다 기울인다. 말년에 무슨 효도를 바란다면 착각이다.

요즘 사람들은 참지 못하는데 이골이 났다. 조금만 참고 기다리면 자신의 차례가 될 텐데, 짧은 시간도 안절부절못하며 야단이다.

노인은 ‘10초를 못 참는다.’고 혀를 찬다. 집 앞 횡단보도에는 어린이들이 많이 오간다. 새로 뚫린 도로가 일직선으로 뻗어있어 차들이 쏜살같이 달리는 도로다.

손녀가 이 길을 건너고, 올해 1학년에 입학한 손자가 건너야하므로 걱정이 앞선다.

‘좌우를 살피고 건너라.’는 멘트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지만, 10초를 못 참는 아이들이 있어 속이 상한다.

초등학생보다 중·고등학생들이 교통신호를 더 안 지킨다. 보란 듯이 빨강 신호에도 질주한다. 초록신호만 살피는 운전자에겐 악몽일 것이다.

아이들은 잘 참고 기다리는데, 아주머니와 할머니는 아랑곳하지 않고 길을 건너기도 한다. ‘급하면 차가 멈출 게 아니냐.’는 뱃장이다.

그걸 보고 아이들은 뭐라고 할까? “아주머니! 10초만 참으세요.”내 목구멍이 간질거린다.

횡단보도에서 일어나는 교통사고는 1∼2초에 결정이 난다. 이 시간을 평생 아껴도 하루 이틀에 불과할 것이다.

우리나라 인구 10만 명당 보행 중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4.1명으로 OECD 평균보다 3배나 높다. 사고의 원인은 무단횡단이 64.9%를 차지하고 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10초만 참고 다시 생각해보면, 실수를 면할 수 있다. 대부분의 말실수는 서두르다 저지른다. 분노가 있을 때는 말하는 자리를 피하는 게 상책이다.

버스 기사도 나름이다. 어떤 운전사는 느긋하게 운전을 하는데, 어떤 기사는 클랙슨을 노상 눌러댄다.

앞서 가는 자동차 운전자는 얼마나 놀라고 속이 뒤집힐까? 어쩌다 한두 번 누르는 것이야 이해가 되지만, 거리의 무법자처럼 활개를 쳐서야 되겠는가?

나도 반성할 때가 있다. 아무도 없을 땐 TV 리모컨을 가지고 이 채널 저 채널 수없이 돌려댄다. 광고시간 60초를 못 참고 허둥대니 이 무슨 철딱서니 없는 행동인가.

광고도 봐주어야 광고주로부터 제작비를 받아 질 좋은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을 테니까. 내가 생각해도 웃음이 나온다. 남의 이야기를 할 계제가 아닌 듯 싶다.

김현준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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