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와 LG 유플러스 등 정보통신 대기업들이 1년째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고용불안과 열악한 근무조건이 지속되고 있다.
24일 민주노총전북본부와 희망연대노조 비정규직 지부 등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와 LG 유플러스 등 원청 대기업은 지난해 3월 결성한 비정규직 노조에 대해 지역별 하청업체의 소관 사안이라며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비정규직 지부는 노조 결성 뒤 지난해 11월 대기업 원청업체를 대상으로 고용안정과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파업까지 전개했지만 사측은 대체인력을 투입하며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왔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이들 대기업의 노조 불인정에 대해 “하청업체들간 경쟁을 통해 비용 절감은 물론이고 경영상 책임도 외주화시키려는 처사”라며 “대기업의 무책임한 이윤추구에 피해는 가장 밑바닥에 있는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전주, 군산, 익산에서 하청업체인 서비스센터에 소속돼 인터넷, TV, IPTV 등에 대한 개설과 사후 관리 및 보수를 담당하는 개통 기사와 AS 기사로 근무하고 있다.
대부분 ‘신속한 고객서비스 대응’이라는 사측의 방침에 주말 평일 구분 없이 주당 60~70시간 장시간 근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초과 근로에 대한 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개통 기사의 경우 하청업체 소속을 악용해 근로자 인정을 받지 못해왔다. 기본급이 없는 가운데 개설 건수에 따른 성과급을 지급받으며 고객 불만이 접수될 경우에는 급여를 차감 받고 신규 영업에 대한 압박감까지 있었다는 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불만이다.
원청 대기업의 노조 회피에 따라 노조활동 보장과 하도급 철폐 등 근로조건 개선을 둘러싸고 작년 10월부터 시작된 단체교섭은 하청업체인 지역 서비스센터들이 경총에 교섭을 위임한 가운데 6개월 넘게 제 자리를 맴돌고 있다.
양측간 협상은 근로기준법 위반이 명백한 임금 등 일부 쟁점에서는 이견을 좁혀가고 있다.
하지만 △노조활동 보장 △재하도급 철폐 △하청업체 변경시 고용보장 등 근로조건 개선과 고용안정에 필수적인 굵직한 사안에서는 원청의 ‘눈치’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LG유플러스 비정규직 지부 관계자는 “원청의 직접고용과 정규직화 수용만이 갈등을 최소화할 있는 근본적인 대안”이라며 “대기업 정보통신업체들이 매년 막대한 수익을 거둬들이는 만큼 소속 노동자들에 대한 사회적인 책임도 져야한다”고 촉구했다.
서복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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