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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잡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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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잡대(?)라고
  • 전민일보
  • 승인 2014.08.28 13:0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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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록 농촌지도사

 
올 휴가지에서 국무총리실 젊은 사무관을 만났다. 서울 출생으로 안암동에 있는 대학을 나와서 고시에 합격했다는 그는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고 있었다.

얘기도중 그에게서 나온 말이다. “대전 같은 시골이 물가는 비싸다.” 그 순간 스친 생각이다. ‘이 친구에겐 서울 아니면 다 시골이구나.’

나는 김제 출신 촌놈이다. 호남평야와 모악산이 자리한 그곳에서 태어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촌은 인간의 그릇을 키우는 토대다. 그래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위대한 인물은 대부분 촌놈으로 컸다.

내가 아쉬운 것도 큰 도시에서 태어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촌놈이 돼 보지 못했다는데 있다. 그런 내가 고등학교를 전주로 와서 처음 받았던 느낌은 지금까지도 강렬하게 살아있다. 그것은 명예와 책임이 무엇인지에 관한 하나의 가르침이었다.

그로부터 수십 년이 지났지만 전주고등학교 정문을 통과하면 그 문구는 여전히 살아있다. “전고! 그대의 자랑이듯, 그대 또한 전고의 자랑이어라” 이른바 ‘뺑뺑이’에게 무슨 명문고냐고. 나는 그것에 대해 얘기하고 있지 않다. 밖에서 어떻게 평가하냐는 것과 자신들이 가지는 긍지와 책임은 별개의 문제다.

그런 점에서 명문고는 자신이 나온 모교가 바로 명문고다. 그것에 대한 검증책임은 자신에게 있음을 생각하고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난 다만 내가 나온 모교에서 그것을 찾고 있을 뿐이며 결코 배타적이지 않다. 그래서 내 주위에는 모두 명문고를 나온 사람들뿐이다. 그들 누구도 자신이 나온 모교에 대한 긍지를 저버린 것을 보지 못했다.

특목고도 있고 자사고도 있다. 그들이 자신과 학교에 자부심을 가지는 것을 누가 뭐라 하겠는가.

대학도 마찬가지다. 신림동이나 안암동 그리고 신촌에서 대학을 다닌 사람들이 가지는 자부심과 긍지에 대해 나는 충분히 존중한다. 그것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서울대 출신을 통해서도 확인하게 된다. ‘화장실 낙서에서도 학교수준이 보이는 구나’생각했던 것도 서울대에서였다.

문제는 일부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편견과 배타성이다. 어쩌면 그것은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독소인지 모른다. 방송에서조차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뉴스의 대상을 설명할 때 아무렇지도 않게 서울의 명문대 아무개니 지방대 출신 아무개니 한다. 그들이 얘기하는 명문대가 정확히 어느 곳인지도 의문이지만 지방에는 명문대가 없다는 확신에 찬 표명은 참으로 놀랍다.

그래서 어느 순간 나온 표현이 ‘지잡대’인 모양이다. ‘지방의 잡스런 대학’을 이르는 말이라는데 이런 표현을 만들어 낸 사람은 물론이지만 그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쓰는 사람들의 천박함을 가지고 논쟁조차 하고 싶지 않다.

그들을 정말 엘리트라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사고의 수준이라는 것이 말을 섞을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자신들이 다니는 학교 내에서도 지방캠퍼스와 농어촌 전형 등의 골품(骨品)을 만들어 계층을 나눈다. 아마도 그것을 얘기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을 성골(聖骨)로 타인들과 구별하고 싶을 것이다. 그들에게는 같은 학교에 있는 진골(眞骨)이나 육두품(六頭品)조차 자신들과는 구분돼야 할 대상일 뿐이다.

그리고 혐오와 비하의 정점에 바로 지잡대가 있다. “재주는 호매(豪邁)하나, 기질은 거칠어서 학문이 정밀하지 못하고, 자신감이 아주 높아서 선비를 경시하며, 자기와 견해가 다른 사람은 미워하고 같은 사람은 좋아하니 임금의 신임을 얻게 되면 그 집요한 병통으로 인하여 장차 나라를 그르칠 것이다.”

율곡(栗谷)이 [경연일기(經筵日記)]에서 기대승(奇大升)을 평가한 말이다. 하지만 율곡의 이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기대승은 [자경설(自警說)]을 써서 스스로를 경계함을 잊지 않았다. 그때 나이 불과 19세였다.

‘지잡대’와 ‘자경설’은 엘리트가 스스로에게 어떠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사족 하나, 내가 전북대에 다니면서 경쟁상대로 생각했던 대상은 서울이 아닌 도쿄, 베이징 그리고 보스턴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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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네요 2021-12-06 01:32:22
개나소나 들어가는 전북대... 서울이 아닌 도쿄, 베이징, 보스턴의 경쟁상대들과 경쟁해서 농촌지도사?

ㅇㅇ 2021-11-17 20:14:22
전북대는 지방 국립대 최하위권인데 지잡대 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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