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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勝者)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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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勝者)의 조건
  • 전민일보
  • 승인 2013.04.12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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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5년 4월 9일 남북전쟁(南北戰爭)이 종식된다. 버지니아주 애포매턱스의 한 농가에서 진행된 항복조인식 장면은 현재 그림으로 남아있다.
그런데 아무런 설명 없이 그림을 보게되면 승장과 패장을 구분하는 것이 쉽지 않다. 조그만 탁자에 마주앉은 두 장군의 모습은 당당하다. 상식을 다시 한 번 파괴하는 것은 그 둘의 행색이다.
그림 우측에는 광이 나는 구두와 단정한 군복의 장군이 좌측에는 조금은 허름하고 구두의 광택도 바랜 복장의 인물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림 속 누가 승장(勝將)일까.
놀랍지만 패장(敗將)이 우측에 자리하고 있다.
패장인 리(Robert. E. Lee)는 그랜트(Ulysses. S. Grant)를 만나러 가면서 죽음을 각오했다고 한다.
반역자가 되어 죽게 되는 자신의 마지막을 당당하게 맞이하고자했던 것이다.
그에 반해 그랜트는 야전 지휘관의 모습 그대로 자리에 앉았던 것이다.
돌아 볼 얘기는 지금 부터다. 그랜트는 패장인 리를 결코 모욕하지 않았다. 그는 리에 대한 최고의 예우를 잊지 않았다.
그에 더해 놀라운 항복조건을 제시한다. 항복한 남군을 반역자로 처벌하지 않고 전원 귀향(歸鄕)을 허가한 것이다.
장교에게는 말과 권총의 소지도 허락했고 2만 5천명 분량의 식량까지 지급했다.
물론,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링컨의 리더쉽이 바탕이 되어 있을것이다. 리는 죽기 전 단 한번 워싱턴 DC를 방문한다.
그랜트가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현장에. 링컨이 위대한 것은 미국의 분열을 막았다는 것이다.
만일, 링컨이나 그랜트가 남군을 반역자로 규정해 그들을 모욕하고 잔혹하게 처벌했다면 현재의 미국은 존재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히틀러(Hitler)는 정의라는 이름으로 비스마르크(Bismarck)는 독일통일을 위해 필요한 전쟁을 수행했다.
정의로운 전쟁 보다는 필요한 전쟁이 훨씬 인간 이성에 부합한다면 남북전쟁은 후자에 해당할 것이다.
문제는 승자의 태도에 있다. 승자가 패자에게 완패를 요구할 때 그 승리는 이미 분열의 씨앗을 내포하고 있다. 또 하나, 패자에 대한 존중은 승자의 의무이기도 하다.
경우가 조금 다르긴 해도 우리 역사에도 패자에 대해 승자가 보내는 존경의 모습이 보인다.
삼국사기(三國史記) 열전(列傳)에 백제인은 단 세 명만이 등장한다. 그 중에 승자인 신라(新羅)가 끝내 외면할 수 없었던 인물이 있다. 바로 계백(階伯)이다.
5천의 군사로 5만의 신라군을 네차례나 격퇴하고 끝내는 전원 옥쇄(玉碎)한 황산벌의 주역. 승자가된 신라는 역사에 그 이름을 남겨 존경을 표하고 있다.
후대 안정복(安鼎福)은 [동사강목(東史綱目)]에서 계백이야말로‘충인의지용(忠仁義智勇)’을 겸비한 당대 최고의 명장이라 칭송하고 있다.
리와 계백을 존경한다고 해서 승자의 위치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들로 인해 그랜트와 김유신(金庾信)이 더욱 당당한 승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이 얘기들을 돌아보는 것은 금도를 넘어서고 있는 남북문제에 대한 걱정에서 이다. 말이 험해지면 주먹이 나오는 법이다. 서로를 향해 내뱉는 극단적인 언사는 결국 불신과 증오의 깊은 골이 되고 말 것이다. 애써 지켜온 평화의 기반이 이렇게 사라지는 것인가.
남북관계 최후의 보루로 여겨졌던 개성공단 마저 위기에 처했다.
북한의 행태와 그에 맞대응한 일련의 상황을 다시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우리가 유념해야 할 것이 있다. 가진자, 힘 있는 자는 겸손하고 양보할 수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남과 북 사이의 관계에서 남쪽이 비굴할 정도로 양보하고 인내하는 것은 북쪽이 강해서도 두려워서도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의 상황이기 때문이다. 과연 누가 강자인가.
한국은 북한을 관리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그리고 한국은 충분히 강하다.
그랜트의 구두에 묻어있던 흙과 광택 나는 리의 구두는 승자가 가져야 할 여유와 패자가 지닌 마지막 자존심을 설명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승자의 조건은 북한이 아닌 한국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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