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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손으로 먹고살긴 너무 벅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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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손으로 먹고살긴 너무 벅차
  • 최승우
  • 승인 2006.11.19 1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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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두려운 작은 이웃들-<5>장애 고통 이정혜씨

“내 몸 불편한 것이야 그렇다고 쳐도, 우리 아들 대학은 꼭 보내야 하는데..”
교통사고로 한 쪽 팔과 다리를 잃은 이정혜(56·가명)씨는 오늘도 아들걱정에 한숨이 깊어가고 있다.
내년이면 고3 수험생이 되는 아들에게 ‘학비걱정 없이 대학에 보내줄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싶었지만 세상의 벽은 한없이 높기만 했다.

아들의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불편한 몸을 이끌고 여기저기 일자리를 알아봤지만 모두 허사였다.
집에서 할 수 있을 만한 단순노동 역시 한 손만 쓸 수 있는 이씨에게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한 달에 40여만원 남짓한 정부보조금으로 아들의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어떻게든 벌어보려고 했는데 마음처럼 쉽게 되지 않더라고요, 우리 아들 대학가기 전에 한 푼이라도 모아놓아야 하는데요.”
이씨는 하늘이 원망스러운 듯 남은 한 쪽 다리를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지난 1951년, 임실군 관촌면의 한 작은 시골마을에서 태어난 이씨는 악몽 같은 교통사고를 당하기 전까지만 해도 순박하고 평범한 10대 소녀였다.

하지만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서울에 올라가 돈을 벌어야만 했던 이씨에게 그것은 곧 불행의 시작이었다.
먼 객지에 나가 홀로 꿋꿋이 생활하던 이씨가 저녁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중 뺑소니 사고를 당한 것. 
설상가상으로 이씨가 다친 팔과 다리에 염증이 깊어지면서 이씨는 세 차례에 걸친 절단수술 받아야만 했다.
이씨는 보상금 한 푼도 받지 못한 채 1급 장애라는 멍에를 쓰고 그렇게 다시 세상 밖으로 나왔다.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는 그 시선이 너무도 끔찍했어요, 그래도 살아봐야 한다고 생각해서 닥치는 대로 일을 시작했는데 그게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장애에 대한 세상의 시린 고통과 편견 속에서 이씨는 하루하루 힘든 삶을 살아야 했다.
그렇게 삶에 지쳐갈 무렵, 이씨는 자신에게 따뜻한 마음을 건네준 한 사람과 인연이 돼 아이도 가지게 됐다.
건강한 아이를 품에 안고 다시 세상에 대한 희망을 얻은 이씨.

하지만 따뜻하기만 했던 인연은 차츰 식어가기 시작했고 이씨는 결국 홀로 아들을 키워나가야 했다.
“우리 아들에게 너무나도 미안해요, 제대로 된 옷 한 벌 사준적도 없고 배부르게 고기 한 번 먹이지도 못했는데.”
이씨는 불평한마디 하지 않는 아들을 생각하며 끝내 눈물을 쏟아냈다.

이씨는 “남의 옷을 갔다 줘도 새 옷인 양 고맙게 입어주는 착한 아들”이라며 “그런 우리 아들이 걱정 없이 대학에 갈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고 말했다.

단 한 번도 빼놓지 않고 ‘우리 아들, 우리 아들’이라며 자식을 목숨보다 더 소중히 생각하는 이씨에게 올해 겨울, 기적이 일어날 것 같다. 최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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