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4-29 12:24 (월)
시간 약속은 천금일약
상태바
시간 약속은 천금일약
  • 전민일보
  • 승인 2009.06.08 08: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 사람아!  약속시간 좀 지키게. 어찌 사람이 그래” 이런 소리를 우리는 흔히 듣는다.  그러나 대수롭지 않게 가볍게 듣고 흘러 버리는 것이 일반적인 습성이다.
  약속시간을 어김없이 지킨다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최대한의 예의이고 자기 인격의 표시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약속시간을 항상 어기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그런 태도는 어떻게 보면 시간관념이 없는 탓일 것이다.
  하기는 약속을 하는 방법부터가 문제다.  흔히 보면 “으응 퇴근 후에 만나세” 라든가 그래 몇 시쯤 만나지 하는 소리를 듣고 보면 만나려는 시간을 약속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무작정 만나자는 약속을 하는 것인지 분간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피차간에 무관한 처지니까 몇 시가 됐던 퇴근 후에 만나기만 하면 된다는 것인지 한 두 시간쯤 늦어도 무작정 기다리고 있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하기야 “약속과 마작의 외피는 쉽게 부서지는 것이다”라고 말한 ‘스위프트’의 주장이나 “약속을 지키는 최상의 방법은 결코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이다”고 말한 ‘나폴레옹’의 주장을 듣고 보면 외국 사람들도 약속에 대해서는 신사도를 발휘치 못하는 일면이 있는 모양이다.  필자는 누구와 약속을 하면 시간을 철저하게 지키는 편이다.
  아무리 늦어도 5분정도를 벗어난 일은 별로 없다.  그 대신 약속을 한 상대방이 시간을 지키지 않을 때는 누가 됐던 오래 기다리지 못하고 떨치고 일어나 버리고 마는 참을 수 없는 성미를 지니고 있다.
  이렇게 되니 약속을 못 지켜서가 아니라 너무 잘 지켜서 손해를 보거나 오해를 받는 경우가 가끔 있다.  언젠가 이런 일이 있었다.  직장에서의 친구인데 어느 다방에서 몇 시 정각에 긴히 좀 만나줄 수 없겠느냐는 전화가 왔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모처럼 친구가 만나자는데 거절할 수도 없는 일이어서  바쁜 중에도 틈을 내어 정시에 나갔으나 20분이 지나도 전화한통 없이 나타나지를 않아 그냥 나와 버렸더니 그 후에 만나서 하는 말이 걸작이다.  모처럼 만나자는 약속을 했는데 좀 늦기로서니 30분을 못 기다리고 가버리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항변을 하면서 자네 같은 사람과는 중요한 일을 상의할 수 없으니 더 할 말이 없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나로서도 더 할 말이 있을 수 없다.  약속시간을 지킨 사람더러 시간을 지킨 게 잘못이라고 추궁을 해대니 무슨 할 말이 있을 수 있겠는가.  특정 상대방의 약속은 아니지만 이런 경우도 있다.  어떤 사람의 출판기념회에 간 일이 있는데 오후 6시에 시작한다는 기념회가 무려 두시간반을 넘어서도 시작하지를 않으면서 어떻다는 사과의 말 한마디가 없다.
  물론 주최 측에서는 정시에 시작하고 싶었겠지만 사람들이 모이질 않으니 기념회장이 꽉 찰 때까지 참아 달라는 뜻일 것이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이런 일은 해도 너무하는 일이 아닐런지?  그전에는 관공서의 행사도 의례히 한 두 시간쯤은 늦는 것이 예사였던 때도 있었지만 근래에 와서는 오히려 개인 간의 약속이나 집회가 문제지 단  1분도 어김없이 집행되는 것을 볼 수 있다.
 ‘히틀러’ 같은 사람은 내가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나를 십자가에 못 박아 죽여도 좋다고 큰소리를 쳤다지만 과연 그처럼 약속을 철저하게 지키려는 사람이 우리 주위에는 얼마나 있을까?  약속은 부채라는 말도 있고 천금일약(千金一約)이라고도 하지만 경락과신(競諾寡信)이라 해서 무슨 일이나 승락을 잘 하는 사람은 믿음성이 적으니 멀리 해야 한다는 말도 있다.
  여기에 옛 사기(史記)의 소주전(蘇奏傳)에 나오는 미생지신(尾生之信)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짚어주는 점이 있다.  미생이란사람이 다리 밑에서 여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기다리다가 홍수에 익사했다는 고사(故事)인데 우직하게 약속만을 굳게 지켰든 사람의 본보기라 할 수 있다.  인간 부재의 기계화 문명 속으로 휘몰려 들어가고 있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이런 고사는 실감이 나지 않는 옛이야기로만 들릴 런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시간이 귀중함을 항상 느끼고 약속시간을 정했으면 몇 십 분씩 늦게 나타나는 그런 덜된 습성은 좀 버려야 할 때가 온 것도 같다.  불가피한 사정이 있어 약속시간에 대어 나가질 못할 때는 전화라도 걸어서 여차 여차해서 좀 늦겠다는 중간 연락쯤 해주는 그런 친절한 태도라도 가져야 하지 않을는지‥‥

허성배 / 수필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2024 WYTF 전국유소년태권왕대회'서 실버태권도팀 활약
  • 군산 나포중 총동창회 화합 한마당 체육대회 성황
  • 기미잡티레이저 대신 집에서 장희빈미안법으로 얼굴 잡티제거?
  • 이수민, 군산새만금국제마라톤 여자부 풀코스 3연패 도전
  • 대한행정사회, 유사직역 통폐합주장에 반박 성명 발표
  • ㈜제이케이코스메틱, 글로벌 B2B 플랫폼 알리바바닷컴과 글로벌 진출 협력계약 체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