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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Fact)과 진실(Tru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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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Fact)과 진실(Truth)
  • 전민일보
  • 승인 2009.04.21 0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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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메트릭스]를 보며 장자(莊子)의 ‘호접몽(胡蝶夢)’을 떠올린 사람이라면, ‘구로자와 아키라(黑澤明)’의 [라쇼몽(羅生文)]에서 영화 [엑스파일]의 유명한 대사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진실은 저 너머에..(The truth is over there)"

 사무라이의 아내와 사무라이를 죽인 산적은 물론, 무당에게 현신한 사무라이 혼백의 얘기가 모두 다르다. 심지어, 그 사건을 목격했다는 나무꾼의 얘기까지도..
 베니스영화제 역사상 최고의 작품으로 손꼽히는 [라쇼몽]은, 하나의 살인 사건에 대한 관련자들의 제 각기 다른 진술을 담고 있다.

 영화속 관련자들의 진술은, 어느 정도의 실체적 진실과 거짓이 기억의 편집을 통해 ‘진실’로 포장된 퍼즐처럼 얽혀진 결과물이다. 그 퍼즐을 풀어야하는 제 삼자에게 ‘진실과 거짓’의 무게 추를 헤아리는 정도도 결코 쉽지 않지만, ‘국외자’에게 있어, 보다 크고 어려운 문제는, 복수의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데서 오는 곤혹스러움이 될 것이다.
 이유는, 각자의 주장과 진술이 거짓임을 단정할 수 없게 하는 ‘프레임’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진실이 한 가지 사실을 바라보는 ‘프레임’수 만큼 존재할 수 있는가? 존재한다면, 복수의 진실사이에 존재하는 불일치는 없는가? 에 있다.
  답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진실’과 ‘프레임’, 그리고 ‘거짓’의 모호한 경계는 물론, ‘인간의식’의 불완전함과 이기심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에 있다.

 ‘구로자와 아키라’가 [라쇼몽]에서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의 기본전제도, “인간은 자신에게도 정직할 수 없다.”는 것이다.

 노무현전대통령이 자신이 알고 있는 ‘진실’과 검찰이 의심하고 있는 ‘프레임’에는 차이가 있다고 한 얘기를 보면서, 오래전 ‘옷로비 사건’에 관련된 고관대작 부인들이 했던 얘기가 떠오르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사실(Fact)은 분명한데.. 실체적 진실(Truth)은 무엇인가..?
 평범한 우리네 살아가는 모습의 편린 속에서도 많이 접하고, 대답을 요구받지만, 그냥 지나치지는 않았나?
 오늘 우리가 주인공이 된 사실과 그 사실에 대한 해석엔 이의제기가 없었나?
 아니면, 우리가 목격자가 된 사실에 대한 해석은 어떻게 되었나?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거창한 역사의 복원이 아닌 우리 개인 삶의 이력을 복원하려 노력했던 점은 그런 점에서 신선하다.
 잠자리에 누워 잠들기까지의 순간을 30여 페이지에 복원해낸 그의 노력만큼, 우리 삶의 이력을 복원하려 한다면, 자신이 확신하는 ‘진실의 프레임’이 가지고 있을지 모를 기억의 불완전함과 이기적 편집을 보완할 수 있으리라.
 누구도 기억의 이기적 편집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기에.. / 

장상록 (완주군농업기술센터 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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