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물류 가격급등에 일부 식당선 밑반찬 교체
- 정부, 상추와 시금치, 닭고기 30% 할인 등 농산품 선제 비축 수급 불안 시 즉시 공급
전주시 송천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식당 주인 김모(40)씨는 손님이 삼겹살을 주문하면 함께 제공하던 상추를 배춧잎으로 대체했다. 최근 상춧값이 크게 올라서다.
메뉴판에는 “개별적으로 요청이 있을 경우에만 상추를 제공하겠다”고 기재했다.
김씨는 “올 초까지 한 박스(4㎏)에 2만원 안팎이던 상춧값이 8만원을 넘어섰다”며 “손님한테 조금만 먹으라고 할 수도 없지 않느냐. 가격이 더 오르면 상추를 밑반찬에서 빼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토로했다.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이모(38)씨 사정도 마찬가지다. “시금치가 2kg당 2만원이었는데 지난주부터 6만원이 됐다”며 “가격이 너무 올라서 팔지도 못하고 있다”고 울상을 지었다.
최근 폭우로 농산물 출하량이 급감하며 농작물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2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적상추 4kg 도매가격은 8만3520원으로 한 달 전(1만8700원)으로 346.6% 급등했다. 청상추도 4kg 도매가격이 9만 360원으로 한 달 전(1만9052원)에 비해 374.2% 상승했다.
시금치 4kg 도매가격은 5만5660원으로 한 달 전(1만8108원)보다 207.3% 치솟았다.
얼갈이배추는 4㎏에 1만7620원으로 한 달 전(6250원)보다 181.9% 올랐고 애호박(20개)과 오이(다다기계통) 100개 도매가격도 같은 기간 138.8%, 246.7% 상승했다.
호성동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주부 신모(50)씨는 “폭우 이후 채소 가격이 거의 두 배는 오른 것 같다”며 “꼭 음식에 들어갈 필요 재료만 소량으로 사게 된다”고 말했다. 호성동 대형마트를 찾은 유모(41)씨도 “채소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니 계획했던 양보다 적게 구매할 생각”이라고 했다.
이같이 식자재 가격 급등이 물가를 자극할 조짐이 나타나자, 정부가 해당 품목 관리에 착수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최근 가격이 불안한 상추·시금치·닭고기와 대체품목인 깻잎 등에 대해 수급 불안이 해소될때까지 최대 30% 할인 지원을 통해 서민 물가부담을 경감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제는 장마철 후에도 한동안 채소 가격이 안정화되긴 쉽지 않아 보인다. 농업·유통업계에선 올해 역대급 장마로 농산물 피해가 극심, 추석까지 농산물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도내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잦은 비가 생육 여건 악화·병해충 불량·출하 작업 부진 등의 원인이 됐고 결국 가격까지 오르게 됐다”며 “장마철 호우에 이어 폭염이 또다시 기승을 부리고 태풍까지 불어올 수 있어 한동안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명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