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의 등판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벌써부터 ‘전주병’ 등 지역정가가 들썩이고 있다. 정 고문 이외에도 호남에 뿌리를 천정배 전 법무부장관과 박지원 전 국정원장도 총선 출마설이 나오면서 호남 민심의 반응이 주목된다. 

정동영 상임고문이 지난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에 복당하면서 내년 총선 출마설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그동안 총선 출마와 관련, 말을 아꼈던 정 고문은 최근 언론에 얼굴을 자주 비추는 등 대외활동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정 고문은 지난 7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내년 전주지역 총선 출마설과 관련, “저는 자기 정치에는 관심이 없다”면서도 “당과 대한민국의 운명이 더 이상 나빠지지 않도록 무슨 역할이든 해야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또 나오느냐?’ 하는 얘기를 듣고 나오고 싶지는 않다. 민심이 부른다면 그때 가서 판단하겠다”고 총선 출마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여론이 중량감 있는 원로 정치인의 필요성이 비등해진다면 결단을 내릴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 고문이 출마한다면 ‘전주병’ 김성주 의원과 격돌하게 된다. 정 고문과 김성주 의원은 전주고와 서울대 선후배간이다. 김성주 의원은 지난 2016년 제20대 총선에서 정동영 고문에게 ‘988표(0.75%p)' 차이로 낙선했다.

절치부심 김 의원은 4년 뒤 치러진 제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당시 민생당 정동영 의원을 무려 34.61%p의 큰 격차로 재대결에서 승리를 거뒀다. 내년 4월 치러질 제22대 총선에서 정 고문이 출마하면 세 번째 대결이 성사된다. 

사실상 정 고문의 마지막 정치행보가 전주병으로 향할지 여부에 따라 내년 4월 총선에서 전국 이슈로 급부상하게 될 전망이다. 정 고문 이외에도 박지원, 천정배 등 호남기반의 거물급 인사들의 총선 출마설이 나돌면서 당내에서는 반응이 크게 엇갈리는 분위기이다. 

기득권 체계 혁파를 기치로 내걸고 민주당 혁신위가 가동되는 상황에서 올드보이 정치인들의 귀환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적지 않아 보인다. 당의 위기 속에서 대대적인 혁신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원로급 정치인들의 총선 출마는 혁신위의 동력을 약화시킬 수도 있다. 

반면, 중앙 정치권 무대에서 전북 국회의원들의 역할과 위상이 약화되면서 현역의원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는 점에서 중량감 있는 전북 정치인 한명정도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정 고문의 출마설 자체가 현역인 김성주 의원에게는 부담스러운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 수석행정관을 지낸 황현선 더전주포럼 대표도 일찌감치 출마의사를 내비친 상황이다. 

지역정가의 한 관계자는 “내년 전북지역 총선에서 전주병은 이슈의 중심에 설 수밖에 없다”면서 “전북 정치권 중 전국적인 인지도 등 중량감이 부족한 상황에서 지역민심이 변화와 혁신 속에서 인물론에 무게감을 둔다면 쉽지 않은 싸움이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윤동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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