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 우리쌀 수탈의 전초기지 역할을 맡았던 정읍 신태인읍 신태인리에 소재한서짓말 도정공장이 역사의 뒤안길로 결국 사라져 버렸다. 식민지 역사의 생생한 복원과 역사교육의 장으로 보존해야 한다는 각계의 간절한 염원에도 불구하고 토지 소유주와 정읍시간 매입가격 이견으로 헐리고 만것이다. 너무도 안타깝고 가슴 저리는 일이다.
서짓말 도정공장은 일제 강점기인 1924년 일본인이 설립한 전국 제1호인 국내 최초의 근대식 대규모 도정공장이다. 이곳은 정읍과 김제, 부안에서 생산하는 쌀과 보리를 도정해 군산항을 통해 일본으로 반출하는 식량수탈의 상징적 현장이다. 구마모토 농장이 옥구대야와 정읍, 김제등지의 3148정보의 농지에서 소작농으로 하여금 양곡을 생산해 50%를 소작료로 거둬 들인 악명을 떨친뒤 일본으로 반출한 것이다. 전북인의 한맺힌 고혈을 빨아들이고 자신들의 배를 채웠을 당시를 상상하면 치가 떨리는 현장이기도하다.
해방이후 정부양곡 가공공장으로 지정돼 1973년까지 운영됐으나 경영난으로 1997년 폐업을 한후 방치돼 오다 법원경매에서 한 건설업업체가 낙찰을 받았다.
정읍시가 사료적 가치를 인정해 이곳에 등록문화제지정과 농업사 박물관, 일제 박물관 건립등을 추진했으나 매입가격 절충실패로 무산되는 결과를 빚었다. 역사의 현장을 보존하고 후손들에게 교훈을 주려던 꿈이 한순간 물거품이 된 것이다.
다행히 이곳 쌀창고 건물은 지난 2005년 6월 등록문화재로 지정돼 양곡 수탈현장의 흔적을 보존하고 있다. 신태인읍에는 지금도 구마모토농장의 사무실로 사용했던 우체국과 농장관리인들이 거주했던 사택, 병원, 일본관리인 거주지등 17개소의 수탈역사 장소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참담한 수탈의 교훈을 되새기기 위해 정읍시와 각계가 다시 복원에 나서주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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