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립미술관(관장 장석원)은 서울관에서 25일부터 30일까지 6일간 ‘이흥재 개인전’을 개최한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강산 적요(江山 寂寥)’는 태풍 같은 것이 지나가고 난 다음의 고요한 순간이다.
백조처럼 겉으로 우아함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속으로 부단한 움직임을 수반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주위의 자연 역시 그렇다. 정중동(靜中動)이라 해야 할까. 적막강산이다. 산중에 사람하나 보이지 않는데 물은 흐르고 꽃은 피고 있는 것이다.
수류화개(水流花開), 그것이 우리네 삶의 단면이다. 산중에 꼭 사람이 있을 이유는 없다. 멈춰 서서 조용히 바라보아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어쩌면 나 자신의 내면 깊숙한 곳에 숨어 있는 진실일지도 모른다. 강산 적요. 작가의 신작 사진작품이 자아내고 있는 인상이다.
신작은 무엇보다 ‘고요함’을 선사한다. 사진작품이지만 현란한 색깔이나 복잡한 구성을 보여주지 않는다. 흑백으로, 그것도 무덤덤할 정도로 단순한 자연의 한 구석을 보여준다.
자연 소재이지만 명승지의 절경이 아니다. 심심하고 후미진 곳을 렌즈에 담았으니 사진전의 첫 인상은 강력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사진작품은 사진 인화지 대신 전통 한지를 사용했다. 반짝거리는 인화지를 거부하고 깊이 스며드는 한지의 특성을 활용한 것이다.
강산 적요에 스며들기의 주제를 표현하는데 적합한 재료인 것이다.
작가는 전북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전주대 대학원 미술학과 및 동국대 불교대학원 불교사학과 예술사전공·미술사학과를 졸업했다.
‘그리고, 구멍가게가 생기기 전에는’(실천문학사, 2000), ‘그리운 장날’(눈빛, 2001), ‘장날’, ‘모정의 세월’(국립민속박물관, 2007), ‘정읍, 선비의 길을 걷다’, ‘동진강’, ‘전북의 발견’, ‘전주 한옥마을’ 등을 출판했다.
전북도립미술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전북예총 부회장, 무성서원 부원장, 정읍시립미술관 명예관장, 국립 군산대 미술학과 출강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박해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