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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미래
  • 전민일보
  • 승인 2014.10.13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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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록 농촌지도사

 
한니발(Hannibal)은 칸나에 전투(Battle of Cannae)에서 로마군을 궤멸시켰지만 전쟁에서 승리하진 못했다. 이때 한니발의 카운터파트로 등장한 인물이 파비우스(Quintus Maximus Fabius)다.

후일 점진적 사회주의를 일컫는 페이비어니즘(Fabianism)이란 단어를 만들어 낸 인물이기도 한 파비우스의 전략은 지구전이었다. 한니발이 지휘하는 카르타고군은 너무도 강했고 그런 적과의 전면전은 패배로 귀결된다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그것을 감내하는 대가로 로마가 치러야할 비용은 너무도 컸다. 한니발에 의해 로마 전역이 유린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파비우스에게 위기가 닥친다. 한니발의 계략 때문이었다.

한니발은 로마 귀족들의 영지를 폐허로 만들면서 파비우스의 영지만은 보존시켰다. 결국 로마인 사이엔 파비우스에 대한 의구심이 깊어 갔다.

이 때 파비우스는 결단을 한다. 자신의 모든 토지를 국가에 헌납해버린 것이다. 한니발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는 순간이었다. 결국 파비우스의 판단이 옳았고 전쟁에서 승리한 것은 카르타고가 아닌 로마였다.

파비우스는 지도자가 한 사회를 어떻게 지켜내고 변혁시킬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로마에 앞선 서구문명의 요람 그리스는 어떤가.

고대 그리스는 분열된 폴리스체제를 유지했지만 ‘헬라스(Hellas)’라는 동족의식을 공유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아테네가 있다. 그것은 헤로도토스(Herodotos)가 쓴 [역사(Historiae)]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아테네인은 페르시아인과 맞붙어 싸우게 되자 훌륭하게 싸웠다. 우리가 알기에 그들은 적군을 향해서 뛰어든 최초의 헬라스인이었고, 페르시아풍의 옷과 그것을 입고 있는 자들을 보고도 참고 버틴 최초의 헬라스인이었다. 그때까지 헬라스인은 페르시아인이라는 말만 들어도 주눅이 들었기에 하는 말이다.”

이런 아테네의 중심에 한 인물이 있다. 바로 페리클레스(Perikles)다. 그는 아테네 민주정치의 상징이었다. 그리고 이 위대한 지도자를 장티푸스로 떠나보낸 후 아테네는 스파르타와의 오랜 전쟁 끝에 몰락하고 만다. 그렇다고 그의 흔적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아직도 아테네 시내의 아크로폴리스에 건재한 파르테논(Parthenon) 신전은 여전히 그를 상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단순히 오래된 하나의 건축물이 아닌, 예수 전에 실존했던 인물 페리클레스의 존재를 웅변해주는 기념비적 건물이다. 그리고 거기엔 수천 년이 흘렀지만 그가 보여준 리더십이 여전히 그리고 더욱 강력한 호소력을 가지고 살아있음을 증명해 주고 있다.

과연 무엇이 그를 파르테논과 함께 불멸의 존재로 만들었을까. 이제 그가 아테네 시민들을 상대로 스파르타의 전쟁위협에 굴복하지 말라고 한 연설문의 한 구절을 살펴보자.

“여러분은 내게 화를 내지만 나는 무엇이 필요한지 아는 식견이 있고, 본 것을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며 조국을 사랑하고 돈에 초연한 사람이라고 자부합니다. 식견이 있고 명료하게 설명할 수 없다면 생각이 없는 것이고 이 둘을 가졌다고 해도 애국심이 없다면 공동체를 위하지 않을 것입니다. 애국심이 있다고 해도 뇌물에 약하다면 자기 이익을 위해서 일 할 것입니다. 그러니 나의 자질을 믿고 전쟁을 하자는 나의 권고를 받아들이시기 바랍니다.”

페리클레스가 얘기한 이것을 넘어서 우리가 지도자에게 요구할 것이 무엇인가. 감히 단언한다. 완벽하다. 어쩌면 우리는 페리클레스를 넘어선 지도자를 영원히 찾지 못할 지도 모른다.

파비우스와 페리클레스. 그들은 위대한 지도자였지만 영원히 존재할 순 없다. 메멘토모리(Memento Mori). 우리는 모두 죽는다. 그 어떤 권력자도 예외일 수 없다. 페리클레스도 결코 피할 수 없던 그 길에서. 그래서 그는 여전히 우리의 오래된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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