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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의 꽃동네 방문을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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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의 꽃동네 방문을 반대한다
  • 전민일보
  • 승인 2014.08.14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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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용 전북장애인차별 철폐연대

 
프란치스꼬 교황이 14일 한국을 방문하여 4박 5일간 여러 일정을 수행한다. 필자 역시 천주교 신자로서 프란치스꼬 교황의 한국방문을 적극 환영하며,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을 위해 평화와 사랑의 메시지 전달을 기대한다.

특히나 세월호참사 문제에 대해 교황이 희생자 가족과 생존 학생들을 직접 만나 충격과 슬픔을 위로하겠다는 소식은 더욱더 기대감을 안겨다 주는 대목이다.

다만 이번 교황의 방한 일정 중 충북 음성의 꽃동네를 방문하는 일에 대해서는 강한 안타까움과 우려의 목소리들이 사회 곳곳에서 나온다.

꽃동네는 설립된 지 38년째를 맞는 최대 규모의 장애인수용시설이며, 사회복지 자본이자 사유화된 형태의 거대 종교시설이기도 하다.

꽃동네의 운영주체인 (재)예수의꽃동네유지재단 이사장인 오웅진 신부는 본인과 친인척, 그리고 수도자들의 명의로 전국 각지에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만 400만평이 넘는 상황이며, 음성과 가평의 두 곳 꽃동네에 지원되고 있는 정부예산만 연간 380억여원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막대한 혈세와 80만명에 이르는 후원자들의 후원금 및 신자들의 성금으로 구축된 이 대규모 수용시설에서 수많은 장애를 가진 이들이 지역사회에서 격리된 채 살아왔고, 현재도 살아가고 있으며, 그렇게 살다가 생을 마감하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오웅진 신부는 이렇게 자신만의 왕국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미 2003년 부동산실명제위반, 업무상횡령혐의 등으로 수사를 받고 기소된 바 있다. 그리고 작년에도 부동산실명제 위반과 국고보조금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한 바 있다.

이러한 전력에도 불구하고 오웅진 신부는 꽃동네를 배경으로 막대한 권력과 인맥을 동원하여 2013년 8월 2일 프란치스꼬 교황을 단독으로 면담한 바 있으며, 오는 8월 14일부터 18일까지의 방한 일정 중 16일에 꽃동네 방문이 예정되어 있다.

프란치스꼬 교황은 전 세계 가톨릭 신자를 대표하는 정신적 지도자이다. 또한 교황은 취임 이후 소외되고 가난한 사람들의 친구로 많은 이들의 찬사와 존경을 받고 있다.

그런 교황이 장애를 가진 이들을 지역사회로부터 격리하고 인간다운 삶을 억압하는 장애인수용시설을 방문하여 오웅진 신부의 두 손을 맞잡는 것은 지금도 시설 밖으로 나오기를 열망하는 수많은 장애를 가진 이들의 가슴에 피눈물을 흘리게 하는 일이며 하느님의 사랑을 왜곡하는 일이 될 것이다.

교황의 꽃동네 방문은 사유화된 거대 복지권력을 더욱 공고하게 할 것이며, 국제 장애인계의 흐름과도 맞지 않는 행보이다.

UN 장애인권리협약에는 사회로부터 격리된 공간에 집단적으로 수용됨으로서 발행할 수 있는 여러 문제들을 경계해야 하고, 자립적인 생활과 지역사회 통합을 위해 모든 장애인이 선택권을 가지고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는 동등한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장애인을 시혜와 동정의 대상이 아닌 권리주체로 자리매김이라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제정 의미를 놓고 볼 때 장애인을 포함한 사회공동체의 약속과 그 실천의지들을 꺾어버리고 퇴색시키는 의미만 남을 것이다.

지역사회의 막대한 자원과 공적인 자금은 장애를 가진 이들의 탈시설과 자립생활을 위해 쓰여야 하며, 꽃동네는 시대적 흐름에 부응하여 해체의 과정을 밟아야 합니다.

프란치스꼬 교황 또한 꽃동네 방문 일정을 취소하고 이러한 대규모 장애인수용시설 해체와 보편적인 인간의 권리를 옹호하고 촉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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