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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과 낙조가 아름다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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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과 낙조가 아름다운 이유
  • 한훈
  • 승인 2013.11.10 2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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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민기 진안경찰서 생활안전과장

무더위로 진땀을 빼던 때가 엊그제인데 벌써 가을이라니! 문틈으로 스며드는 찬바람에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으로 느낌을 실감한다. 무엇보다 먼저 눈으로 보게 되는 것은 역시 단풍이다.

 

출근길이나 출장길에 눈에 보이는 대로 휴대전화로 찍어서 여기저기 올려보았다. 감탄하는 친구, ‘그곳에 살았어도 이런 풍경 처음 보았다’, ‘사진작가 다 되었다’는 등의 댓글을 보면서 여간 기분이 좋지 않다.

 

많은 돈을 들여 외국관광을 나가지만 단풍에 관한한 우리나라만큼이나 절경을 이루는 곳도 세계적으로 많지 않다.

 

그것은 사계절이 뚜렷하고 산이 많으며 풍부한 물과 바람, 특히 침입수 위주의 유럽과 달리 활엽수가 많아 여러 색의 단풍이 골고루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아무튼 새로 마련한 달력의 첫 장을 열며 한해를 계획해보던 그 때가 지금 가을에서  느껴지듯이 순식간에 가버렸다. ‘세월은 유수와 같이’라고 말하던 것은 옛사람의 낭만 섞인 표현쯤으로 치부되고 ‘고속전철을 타고 가듯이’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이 온다.’고 했지만 내무반 시계가 고장 나도 ‘국방부 시계는 간다.’며 전역을 기다리던 추억들, 사람의 바람이나 역사적 사건에 관계없이 똑딱거리며 시계추는 움직이고 사람의 간사한 마음이 시간을 고무줄처럼 늘려 빠르거나 느리다며 감정을 실을 뿐이다.

 

이처럼 빠르게 지난 오랜 세월, 팥죽의 새알이 적은 것을 불평하는 아이와 달리 ‘세월’의 무게를 느끼는 나이가 되고 보니 그 속에 쌓은 추억과 나름 이루었다고 생각하는 많은 것들을 되돌아보곤 한다.

 

나의 아버지세대는 말할 것도 없고 6.25을 전후한 무렵에 태어나 살아온 사람들에게도 혼란했던 시대만큼이나 많은 고통과 갈등을 안고 살아왔다. 일자리를 구하고 결혼, 집 마련 등, 뼈가 휘도록 일하여 안정을 찾아가며 그 보람을 ‘번듯이 대학 나와 사무직에 취직하는 자녀’에서 찾으려 했다.

 

그러나 급변하는 문명은 그런 ‘부모의 바람’을 ‘기성세대의 가치관’ 쯤으로 문전박대하고 있다. 오히려 자녀에 대한 부양과 교육의 의무감이 새로운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상황이 되고 있다. 작가 김정현이 쓴 ‘아버지’는 어른들이 읽는 책일 뿐이다.

 

뙤약볕에서 논밭을 갈며 가꾼 곡식을 거두어들이는 이 즈음은 소출이나 순익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여러 가지 착잡한 마음에 젖게 된다. 잘 가꾸어 소득도 많으면 좋은  데 세상사가 어디 뜻대로만 되는가?

 

삶을 통하여 이룬 명예와 소유가 차츰 나이가 들며 짐이 되고 주변과 불통하는 ‘고집’의 요소가 되어가는 것이다. 우리 생각 속에 하나의 사물, 여러 개의 시각이란 다양성을 부인하고 있지는 않는지?

 

옳다고 생각하고 일관해온 가치관이 새롭게 변화하고 있는 현재에서 맞지 않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닌지?

 

삶에서 불행은 하겠다는 의지와 할 수 있는 노력을 게을리 하여 힘들게 사는 것이라면 행복은 이루어 가진 명예와 소유 등의 욕심을 내려놓는 것이다.

 

힘들게 살아와 존중 받아야 할 이 시기에서, 존경받아야 할 사람으로 되어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본다.


일만 생각하고 사람을 바라보진 않았는지, 모든 것을 나의 시각으로만 보진 않았는지 작은 후회를 해본다. 바른 심성과 배려의 인간미, 땀 흘리는 노력은 시대와 환경을 극복하는 열쇠다.

 

늦가을의 대표적 모습으로 단풍과 낙조를 들 수 있다. 落照吐紅掛碧山 寒鴉尺盡白雲間(저녁 해 붉은 노을 토하여 푸른 산을 감돌고, 까마귀 잣대질하듯 구름 속에 날아가네, 작가미상, 어사 박문수의 일화를 그린 시), 낙조가 낮 하루의  아름다운 결말이라면 단풍은 한해가 그려낸 아름다운 수채화다.

 

일몰이 낙조로 아름다워지려면 높은 기압골에 의해 맑은 날씨가 되어야 한다. 붉은 낙조는 맑은 내일 날씨의 희망을 예고하기도 한다. 또한 단풍이 고우려면 적당한 비와 햇빛 속에서 풀과 나무가 잘 자랐을 때 가능하다. 고운단풍이 달린 나무는 이듬해 튼실한 싹과 열매를 안겨줄 것이다.

 

한해가 저무는 이 가을! 거둔 곡식을 말려 저장하고, 월동을 준비하는 때이다. 이런저런 일로 쌓이는 마음의 짐 속에서 공허가 가슴에 송곳처럼 파고드는 때지만, 새벽을 맞아 정한 수 떠놓고 기도하는 아낙네 마음으로  새로운 내일을 맞이하자.

 

그래서 마음에 낙조와 단풍을 드리우자. 이맘때면 늘 생각나는 영화 ‘노트북’을 떠올려본다. 치매에 걸린 아내에 헌신하다 함께 소천 하는 모습, 치매는 병이어서 극복할 수도 있지만 냉소는 극약이어서 해독제도 없다. 

 

저리 불타는 단풍도 이제 곧 질 것이다. 낙엽귀근이라 했던가. 제자리를 찾아 한해를 마무리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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