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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영배를 마음에 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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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영배를 마음에 두고
  • 한훈
  • 승인 2013.11.06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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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세 익산공공미디어센터‘재미’소장

 

어느 날, 자공이 스승인 공자에게 물었다. “자장과 자하 두 사람 중 누가 더 현명합니까?” 공자는 속으로 자장과 자하 두 제자의 인품을 비교해 본 다음 말했다. “자장은 지나치고 자하는 미치지 못하지.”

 

이에 자공이 반문한다. “그렇다면 자장이 낫다는 말씀입니까?” 그러자 공자가 대답한다.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

 

이는 논어(論語) 선진편(先進篇)에 나오는 일화로 모든 사물이 지나치면 도리어 안 한 것만 못하다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의 성어가 나오게 된 유래이기도 하다.


욕심을 지나치게 부리면 모든 것을 빼앗기고 만다는 교훈은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들어왔던 동화에도 많이 담겨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하루에 한 알만 낳는 것이 만족스럽지 못하여 거위의 배를 갈라 더 이상 황금알을 얻지 못했다는 이야기, 금도끼와 은도끼를 얻겠다는 욕심에 그나마 갖고 있던 쇠도끼마저 잃어버렸다는 전래동화 등은 인간의 지나친 욕심이 가져오는 결과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들이다.

 

이런 이야기가 많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 우리 인간이 과욕을 부리는 일을 범하기 쉬우며 과욕을 버리는 일 또한 쉽지 않다는 뜻일 것이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오래전부터 전해오는 동화에서도 우리가 욕심부리는 것을 경계하도록 알려 주었건만 우리는 어느 한 면에만 치중하여 과유불급의 오류를 범하면서도 멈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너도 나도 마른 몸을 갖겠다고 목숨에 위험이 갈 정도로 다이어트를 강행하여 건강마저 헤치고, 자녀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지나쳐 과잉보호를 하고, 발전과 개발에만 치중하여 자연을 파괴하고 있다.

 

참 애석한 일이지 않는가. 우리는 만족할 줄 모르고 욕심을 내며 앞만 보고 달리는 어리석음으로 소중한 것을 잃어가고 있으니 말이다.

 

‘계영배’라는 도자기가 있다. 최인호의 소설 ‘상도’에서 석승이 임상옥이라는 거부에게 이 도자기를 주며 ‘가득 채우지 말기를 바란다’라고 하여 더 유명해지기도 했다. 계영배는 가득 채우려 하면 오히려 물이 바닥을 드러내는 잔으로, 7할만 채워야 하는 잔이다.


필자가 계영배를 직접 접한 것은 몇 해 전의 일이다. 지인이 선물로 받았다며 잔에 물을 부으면서 계영배의 원리를 보여주었다. 물을 가득 부으니 신기하게도 모두 아래로 흘러내리는 것을 보고 있자니 필자의 지난친 욕심을 반조하게 되었다.


당시에 필자는 몸 관리를 하겠다며 운동을 한다는 것이 지나치게 강행하여 발바닥에 무리를 주어 심한 통증을 일으켰다. 그 바람에 오히려 운동을 몇달간 쉬어야 하는 일이 있었다.

 

나의 지나친 욕심이 오히려 미치지 못함과 같은 결과를 낳았던 것이다. 계영배의 신기한 원리는 ‘넘침을 경계하라’는 가르침을 주어 필자에게 큰 깨달음을 남겼다.


안타깝게도 이 계영배는 워낙 만들기가 까다롭고 장작가마에서의 성공률도 적어 요즘에는 가마에 구워 제대로 만들어진 것은 거의 없다고 한다.

 

성현들이 옆에 두고 마음의 욕심을 다스리는 지표가 되어 주었다는 계영배가 점점 역사적 유물처럼 사라지듯이,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의 지표가 사라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늘 염려가 된다.


필자는 조심스럽게 바래본다. 우리 각자 하나하나가 마음의 중심에 계영배를 놓아 두기를 말이다. 욕심을 버리면 채워지는 묘한 이치 깨닫고, 비워야 채워진다는 계영배의 교육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지면 이긴다’는 것은 이제는 비현실적인 이론이 되어가는 세상이지만 그래도 우리는 다시 시작해보았으면 하고 바란다. 계영배의 가르침, 계영배의 정치가 중심을 잡는 사회로 이끌어가도록 말이다.

 

곡식을 키우는 밭을 살피고 가꾸지 않으면 밭에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듯이, 우리가 우리의 마음 밭을 다스리지 않고 시시때때로 일어나는 경계들을 살피지 않으면 어느새 마음 밭에는 욕심들로 가득하게 될 것이다.

 

차오르고 넘치어 바닥이 나기 전에 우리의 욕심을 7할 정도에서 멈출 줄 아는 지혜를 각자의 마음에 새기고, 여기 저기 무분별하게 솟아나는 어리석은 욕심들을 뽑아내는 데 힘써보지 않겠는가.

 

계영배의 교훈을 마음에 놓아두고 욕심으로 어두워진 눈을 밝히는 시간들로 채워보길 바란다. 놀랍게도 세상의 많은 것들이 감사하고 만족스러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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