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국제과학비즈니스 벨트의 입지선정과 관련, 정치적 논리를 배제하고 과학계 발전과 대승적 차원에서 공정하게 선정할 것을 밝힘에 따라 전북도의 유치 가능성에 희망의 불씨기 붙여졌다.
그러나 내년부터 총선과 대선이라는 최대 정치적 이슈를 앞두고 매 선거 때마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온 충청권 민심을 외면할 가능성이 크지 않아 다른 지역의 민심 무마와 충청권 민심을 잡기 위한 고도의 고육지책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MB, 과학벨트 백지상태 출발 = 그 동안 과학벨트는 이 대통령의 지난 2006년 대선 당시의 충청권 공약사업인 탓에 정치논리에 의해 입지가 선정될 가능성이 높아 전북도가 구상하는 새만금 유치 가능성에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지난 1일 신념좌담회에서 과학벨트 선정 논란과 관련, "위원회가 공정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운을 뗀 뒤 “국무총리가 위원회를 발족하고 그 위원회에서 충분히 검토하고 토론하고 그 이후에 결정될 것이다”고 공정한 입지 선정을 재차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정치적으로 자꾸 (과학벨트)이야기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위원회가 아주 공정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면서 "그것이 충청도민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백년대계이니 과학자들이 모여서 과학자들이 하는 것이 맞다"면서 충청권 대선공약 질문에 대해서는 “대선 공약집에 있는 것 아니다"고 말해 정치권에 큰 파장이 일고 있다.
◆ 전북, 본격적인 유치 활동 = 이 대통령이 과학벨트를 백지상태에서 공정하게 선정할 방침을 밝힌 가운데 전북도가 이달부터 본격적인 유치활동에 돌입할 계획이다.
도는 민주당마저 충청권 공약이행을 촉구하면서 유치추진위를 실무진 위주로 구성한 상태다.
도는 일단 이 대통령이 과학벨트 정치적 논리 배체를 천명함에 따라 유치에 뛰어든 타 지역과의 비교우위 분석을 통해 새만금 과학연구단지 유치의 당위성과 타당성 확보에 주력할 방침이다.
도는 과학벨트 입지와 관련, 이미 부지가 대부분 드러난 새만금 과학연구단지의 넓은 부지를 무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점과 국내외 접근성, 우수한 정주환경과 연구·산업기반 구축 등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지반의 안전성 문제가 불거질 경우 해안가에 위치한 새만금지역에 불리한 요인이 될 것으로 보여, 도가 내륙지역 후보지도 검토하고 있다. 한편 도는 이달 중에 유치추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내달 중에 유치제안서를 제출할 방침이다.
◆ 정치적 논리 과연 배제될까 = 이 대통령이 신년좌담회 이후 충청권 민심이 크게 요동치는 것은 물론 야당의 공세도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와 여당이 과연 정치적 논리를 배제하고 과학벨트 입지를 끝까지 공정하게 선정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 시각이 많다.
특히 이 대통령은 충청권 입지에 대해 묘한 발언을 했다. 이 대통령은 "이렇게(공정한심사) 믿어주는 것이 좋으며 그것이 오히려 충청도민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강원과 제주를 제외한 전국 광역자치단체가 모두 뛰어든 과학벨트 유치전의 후유증 타계를 위한 고육책으로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정한 심사의 룰과 방식을 전면에 내세워 유치에 뛰어든 지역의 반발을 무마하면서 결국은 충청권에 공약대로 과학벨트를 안겨주기 위한 고도의 정치적 술책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청와대는 과학벨트 논란이 거세지자 “이대통령의 발언은 공약 백지화가 아니다”고 해명했다.
윤동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