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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받지 않으려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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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받지 않으려는 사람들
  • 전민일보
  • 승인 2010.12.08 0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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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면 사회단체나 각 계에서 주는 상이 많다. 상금도 수백만 원에서 일천만 원에 이르는 상도 있다. 상을 받는 분들은 대부분 훌륭한 업적을 쌓은 사람들이다. 우리 단체에서도 지역문화예술발전에 이바지한 예술인에게 주는 예술상이 있지만, 다른 단체에서 후보자를 추천해 달라는 공문도 많이 들어온다. 그럴 때면 누구를 추천할까. 어떤 기준으로 선정할까? 잠시 고민에 빠지게 된다.  
 전에 근무하던 직장에서 ‘전북어른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업무를 맡았었다. 어른이 존경받는 사회풍토를 조성하고 경로사상을 고취시키고자 제정한 상으로, 가정이나 사회에서 가장 모범이 되고, 높이 추앙받아야할 어른을 선정해서 전북의 어른으로 봉정하는 일이었다. 방법은 사회단체나 각계로부터 추천을 받아 봉정위원회에서 한 분을 추대하는 것이었다. 신청서를 받은 뒤에는 우리부서에서 1차적인 기초조사를 했었다. 우선은 추천을 한 사람을 만나 추천하게 된 사유를 물어보고 후보자가 살고 있는 마을의 이장과 이웃들, 그리고 그 분이 일했던 직장의 동료나 후배들을 만나서 그간의 업적과 귀감이 되는 일들을 수집해서 종합적인 보고서를 만드는 일이었다.
 그런데 조사를 하는 중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후보자를 추천하게 된 사유를 물으니, 후보자가 직접 추천장을 들고 찾아와 부탁하기에 어쩔 수없이 추천해 줬다는 것이다. 어른상의 기준은 나이가 칠순이 돼야했다. 그렇다면 어른상을 받으려는 그 분의 나이도 칠순이었을 텐데, 추천해 달라고 옛 직장동료들을 찾아다녔다니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차이는 있지만 요즘도 상을 받게 해 달라며 직장으로 추천서를 들고 오거나 청탁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제 삼자를 통해서 부탁하는 경우도 있다. 누구든 상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크든 작든 상을 받는다는 것은 기쁘고 자랑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자격도 없는 사람이 상을 받겠다고 심사위원을 찾아다니거나 돈으로 상을 매수한다면 얼마나 비겁하고 창피한 일이겠는가. 어떤 경우든 상을 받으려고 기웃거리는 사람은 우선적으로 배제돼야할 것이다. 심사위원이 누구인지 알려고 하는 사람들도 자격이 없다. 그래서 어떤 권위 있는 상은 추천을 받지 않고 심사위원회에서 직접 수상자를 선정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상을 받으려고 몸부림치는 듯 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상을 받지 않겠다고 극구 사양하는 사람도 있다. ‘전북어른상’을 시상하면서 정말 훌륭한 분을 보았다. 역시 저런 분이 받아야 한다며 모두가 흐뭇해 한 적이 있었다. 본인도 모르게 김제시에서 추천한 김제학성강당 김수연 옹이 수상자로 결정됐는데, 본인께서는 절대로 상을 받을 수 없다며 사양하는 것이었다. 더구나 상을 받겠다고 수상식장으로 가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며 수상을 거부했다. 하는 수없이 가족들의 동의를 얻고 선생님을 설득해서 김제학성강당으로 찾아가 봉정식을 가진 일이 있었다. 또한 모 언론사 대표로 계시는 분은 서울에서 아주 권위 있는 상을 드리겠다고 관련서류를 보내달라는 연락이 왔는데도, 본인께서 사양을 하면서 오히려 다른 분을 추천해 준 일이 있었다. 이 얼마나 존경스러운 일인가. 상을 받으려고 온갖 방법을 동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상을 준다고 해도 자신보다 더 훌륭한 사람이 있다며 극구 사양하는 분이 있으니 이 얼마나 아름답고 비교되는 일인가!            
 상은 받아야할 사람이 받아야 가치가 있다. 겸손하고 사양할 줄 아는 덕을 갖춘 사람이 상을 받는 사회가 돼야할 것이다. 김제학성강당에 김수연 선생님이나 수상을 거부하며 이력서를 보내주지 않은 언론사의 대표님 같은 분이 많은 사회가 하루빨리 왔으면 좋겠다.    

 백봉기 (전북예총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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