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연구원이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유적과 유물의 76%가 전북에 산재해 있는 만큼 전북특자도만의 광역브랜드로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지난 9일 전북연구원이 발표한 ‘전북특별자치도만의 광역 지역브랜드 개발-역사문화자산 태조 이성계를 주목하자’의 보고서를 통해서다.
전주는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5대조 목조와 선조들이 살았던 본향인 탓에 조선건국과 관련한 경기전, 오목대, 이목대 등 이성계의 역사적인 유적지와 설화 등의 문화자원이 풍부한 곳이다.
전주지역 이외에도 이성계가 조선건국을 위한 하늘의 개시를 받았다는 임실군 성수산 상이암 소재의 삼청동 친필비석과 고려말 우왕때 군산에 침입해온 왜구를 물리쳤던 진포대첩 등 다수의 이성계 관련 유적지가 도내 전역에 역사적 흔적을 그대로 안고 보전되고 있다.
그런데 너무나도 식상한 제안이 아닌가 싶다. 태조 이성계 프로젝트는 지난 2014년 KBS 대하드라마 정도전이 큰 인기를 끌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정도전’이 종영된 이후 이성계 프로젝트는 흐지부지 됐고, 현재 그 명맥만 유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당시 도는 이순신 세트장 등 한시적인 관광상품화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조선건국 유적 발굴과 정비 등 국책사업화 하는 중장기 계획도 수립했지만 드라마 인기와 함께 관광객들의 관심도 줄면서 사실상 자동 폐기된 셈이다.
갑자기 128년만에 전북특자도 출범에 맞춰서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와 연계해 광역브랜드로 만들자는 주장이 다시 나온 셈이다. 보고서에 담긴 내용은 새로울 것도 없는 재탕삼탕 수준도 넘어섰다.
광역브랜드 육성을 제안하면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사례를 제시했다. 하지만 이순신 장군이 전남 등 광역자치단체의 브랜드로 활용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몇몇 기초자치단체의 지역관광상품 브랜드일 뿐이다. 여수 관광객이 크게 늘었는데 이순신 장군 때문인가 묻고 싶다.
국내에서 역사적 위인을 활용한 광역브랜드에 나선 시도가 있는지, 그리고 어떤 결과로 이어졌는지에 대한 분석도 없었다. 이미 전북도와 전주시 등이 관광상품으로 매년 추진하고 있는 한물간 ‘이성계 프로젝트’를 갑자기 전북특자도의 광역브랜드로 쓰자는 건 난센스이다.
전북특자도를 ‘조선 이성계’로 광역브랜드화 시킨다면 그간 추진되고 있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백제역사지구(익산)를 비롯해, 전주시의 후백제 복원 프로젝트, 남원·장수 등의 가야문화 등은 어떻게 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