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6-24 18:17 (월)
반복되는 교제 살인, 대책은 뭔가
상태바
반복되는 교제 살인, 대책은 뭔가
  • 전민일보
  • 승인 2024.05.20 09: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6일 서울 강남역의 한 건물 옥상에서 20대 남자가 이별을 통보한 여자친구를 흉기로 살해했다. 대낮 강남 한복판에서 살인이 벌어진 것도 놀랍지만 가해자가 엘리트 대학생이라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가해자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만점을 받은 명문대 의대생으로 알려졌다. 사람 목숨을 살리는 직업인 의사가 목표라는 청년이 되레 남의 생명을 빼앗았다니 그저 아연실색할 따름이다. 결코 의사가 되어선 안 될 사람이 의대에 합격한 것 자체가 잘못이다. 오로지 성적과 대학입시를 최우선으로 하는 우리 교육의 폐해가 아닐 수 없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는 그 어떤 직업보다 인성이 중요하다. 의사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며 환자 진료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의술은 인술(仁術)’이라는 말이 왜 생겼겠는가. 하지만 지금 의료계에서는 인술의 부재(不在)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의학기술 분야가 놀랍게 발전했는데도 의료와 의료인에 대한 불신은 깊어만 가고 있다.

인간의 삶에서 가장 비중이 큰 것은 아마 사랑일 것이다. 물론 권력, 명예, 돈이 클 수도 있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사랑도 중요하다. 특히 젊은 남녀들은 사랑을 쟁취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다만 그토록 열렬한 사랑도 시간이 지나 인연이 다하면 헤어지게 된다. 이때 변심한 애인을 납치, 폭행, 심지어 살해까지 한다. 헤어지자는 말에 얼마나 충격이 컸으면 사람을 죽이기까지 할까. 그렇다고 하나밖에 없는 생명을 죽인다는 것은 그 어떤 이유나 명분으로도 절대 용납할 수 없다.

무엇보다도 딸을 가진 부모들은 이런 교제 폭력이나 살인 비극을 접할때마다 불안과 걱정이 앞설 것이다. 신체적으로 여자가 약한 것도 있지만 희생자가 절대 여자이기 때문이다. 살다 보면 누구를 증오한다거나 죽이고 싶은 마음이 일어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평소 감정이 있는 사람과 심하게 다투었다거나, 자신에게 악영향을 끼친 사람이 있다면 순간 욱하면서 분노와 감정 조절을 이성적으로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른다. 이때 공격 충동이 억제되지 않아 실제 주어진 자극의 정도를 넘어선 파괴 행동을 저지르기도 한다. 그렇지만 순간 행동 조절을 잘못하여 평생 인생을 망치기도 한다.

교제 범죄로 여성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건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 4월 경남 거제에서도 남자친구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한 20대 여성이 숨졌다. 지난 3월에는 경기 화성에서 헤어지자는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여자친구 어머니에게까지 흉기를 휘두른 남성이 구속됐다. 이처럼 교제 살인이 도를 넘었는데도 정부가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으니 답답할 따름이다.

한국여성의전화가 지난 3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해 살해된 여성은 138명이며 살인미수는 311명이다. 2.7일당 1명의 여성이 아는 남성에게 살해된 것이다. 살인미수까지 포함하면 매일 1명 이상의 여성이 살해되거나 살해 협박을 받은 셈이다. 언제까지 이 죽음의 행렬을 지켜봐야만 하는가.

눈여겨볼 것은 최근 2년 동안 교제살인으로 유기징역을 선고받은 평균 형량은 징역 20년 정도였다고 한다. 무기징역이 선고된 한 건을 빼면 법원이 선고한 평균 형량은 징역 21년 정도로 나타났다. 판결문엔 더 강한 처벌을 강조하는 사법부 내부 목소리도 담겨 있다. 사람을 죽이고도 7~8년, 많게는 20년만 징역 살고 나오면 남은 생을 살아갈 수 있다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교제 폭력은 명확한 정의조차 없다. 여러 차례 데이트(교제)폭력특례법제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교제 폭력은 주로 폭행·협박죄로 입건하는데 반의사불벌죄여서 피해자가 처벌불원서를 내면 처벌받지 않는다. 가해자의 회유로 피해자는 처벌불원을 거듭하다 결국 살해되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 반의사불벌 조항을 폐지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교제폭력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그렇다고 데이트폭력 특별법을 제·개정한다고 해도 금방 범죄가 줄어들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중요한 것은 남녀 사이의 관계 문제다. 격한 감정으로 흥분하고 상대에 대해 분노의 감정이 있는 그런 상태에서는 언제든 사건이 일어날 수 있다. 범죄예방은 강력한 처벌도 중요하지만 근본적 방지책은 인간의 본성을 깨닫게 하는 인성교육이다.

신영규 전북수필과비평작가회의 회장

※본 칼럼은 <전민일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전주한옥마을 2000만 관광객 유치 및 세계평화 염원 퍼레이드
  • 전북종교인연합, 내장사에서 정기회 가져
  • [칼럼] 여성 외음부의 혹 ‘외음부 농양’, 방치 말고 바로 치료해야
  • 전주 덕진동서 4중 추돌 사고... 운전자 1명 심정지
  • 전주 에코시티 '미산초등학교' 이전 재추진 찬반투표한다
  • 금연스틱 새로운 혁신 ! 비타민담배 비타센스 대용량 기가 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