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말(言語)은 인간의 심성(心性)과 어쩔 수 없는 함수 관계와 또 시대와 역사의 변천 과정과의 절대적인 함수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모든 세계의 언어학자들은 언어의 생성 과정에 대하여 견해를 각기 달리하고 있다는 사실도 그 언어들이 민족의 생성과 함께 언어의 생성 과정도 다르기 때문이다. 어느 민족이든지 말이 병들면 그 민족도 병든다는 진리를 가지고 있다. 어느 나라든지 식민지 국을 거느릴 때는 언어 정책과 문화 정책을 강하게 하여 식민지화 하는 무기로 사용 한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일본에게 36년간을 압박 받을 때도 일본 정부는 우리나라의 언어와 글자에 대하여 완전히 봉쇄해 버렸던 사실을 상기할 수 있다. 내가 어렸을 때(당시 공립 초등학교 학생시절) 1942년～1945년 8월 15일 해방이 될 때까지의 3,4년간은 우리말과 우리글을 전혀 못쓰게 하였다. 말은 시대와 역사와 함께 생성 되고 또 소멸 된다고 하였다. 말은 시대를 대변 하고 있는 것이다.
1930년대의 말 중에서 ‘눈물 젖은 두만강’이라는 말과 함께 유행가가 생겼다. 이 노래는 1930년대의 한국 사람들의 시대 상황을 말해주고 있다. 한일 합병 후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본의 압박에 못 이겨 압록강과 두만강을 건너서 만주 땅과 간도 땅으로 이민을 갔었다. 강변에 온 이민자 들은 이 두만강을 되돌아보며 피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1940년대 에는 일본의 압박이 더욱 심해지자 은어가 더 많이 발생 하였다. ‘난쟁이, 도깨비’등은 일본 사람을 뜻 했다. ‘난쟁이’는 일본인이 키가 작다는 데서 비롯되었고 ‘도깨비’는 귀신처럼 한국인 들을 잡는데 날쌔게 나타난 다는 의미에서 발생 하였다. ‘몸빼’는 과부 혼자 사는 여자를 뜻했다.
전쟁에 죽고 징용 가고 병대 가서 혼자 사는 여자가 많은데서 나온 말인데 여자 바지 - 여자 즈봉을 말한다. 해방 후에는 ‘은어’ ‘속어’ ‘비어’가 너무 많이 발생하여 우리의 언어생활을 해치고 있는 실정 이다. 여기서는 현대 젊은이 들이 사용 하고 있는 은어가 시대에 어떻게 작용 하고 있는가를 알아보기로 하겠다.
① ‘모양 필수과목’은 미팅을 의미한다. 요즘 대학생은 일학년에 입학 하면 필수 과목을 이수해야만 졸업 하듯이 미팅은 꼭 해야 한다는 뜻이다. 고팅은 고고 미팅이고 미팅 보험은 미팅에서 여자가 나오지 않거나 맘에 들지 않을 때 주선한 학생 에게 찻값을 돌려받는다는 뜻이다. ② ‘허위 자백서’는 시험지를 뜻한다. 알지 못한 시험 문제를 거짓말로 꾸며 쓰는 일을 자백서와 같다는 뜻에서 쓴 말이다. ③ ‘그이’, ‘자기’, ‘오촌오빠’는 다 애인을 뜻한다. ④ ‘제비족’은 도시의 부랑아 들을 의미한다. 꾸미고 다니는 모양이 화려 하고 날씬 하다는 데서 생긴 말이다. ⑤ ‘고속도로’는 갑자기 친해진 애인 끼리를 뜻한다. 또는 단시일 내에 가까워진 남녀 관계를 뜻한다. ⑥ ‘보증수표’는 얌전한 학생 들을 뜻한다. ⑦ ‘영감’은 시골집에서 학비를 보내주고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⑧ ‘누가 봐 데이트’는 심각한 관계에 있는 데이트를 뜻한다. 이것은 남녀가 다 애인이 있으면서도 또 애인 같이 만나고 있는 관계를 의미 한다. ⑨ ‘인생강의실’은 술집을 의미 한다. ⑩ ‘오란씨’는 C학점 이고 ‘박탄디’는 D학점을 말하고 ‘알프스 드링크’는 A학점 이고 ‘박카스 드링크’는 B학점을 뜻한다. 이렇게 말은 시대와 사회상을 잘 나타내 주고 있다. 그러기 때문에 언어의 변천을 말해 주고 시대의 변천은 곧 언어의 변천을 뜻한다. 흘러 다니는 언어 속에 깊은 의미와 시대성과 역사성과 사회성이 잘 표현 된다고 생각할 때 우리 지성인 들은 언어 사용에 있어서 보다 높은 차원 에서 사용 하여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허성배 / 수필가
저작권자 © 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