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소방관들은 주84시간, 월 평균 365시간이라는 살인적인 근무를 하고 있다. 오전 9시에 출근해서 오후 9시에 퇴근한 뒤 하루를 쉬고 다음날 다시 출근한다. 꼬박 24시간 하루 근무하고 하루 쉬는 형태다. 도내 소방관의 3교대 비율은 전체 인원의 18%에 불과하다.
휴일 8일을 기준으로 한 공무원의 정규 근무시간 170시간의 2배를 훌쩍 뛰어넘는 근무시간이다. 그럼에도 일한 시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초과 근무수당을 받고 있다. 미국 소방관의 주당 평균 48시간, 일본 42시간 등과 비교할 때 그 열악함이 단적으로 드러난다.
미국의 소방관은 성직자 다음으로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직업군으로 손꼽히고 있으며 국민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반면, 한국의 소방관들은 살인적인 근무와 열악한 처우 속에서 극심한 업무스트레스로 이직률이 높은 직종으로 대표된다.
한국 소방관의 평균 이직률은 임용 후 5년 안에 퇴직률이 20.3%에 달해 교육공무원 2.72%의 10배에 달할 지경이다. 각종 소방장비 노후화로 진압과정에서 부상을 입는 소방관도 허다하다. 지난 2006년부터 올해까지 4년간 도내 소방관 30명이 공무 중 상해를 입었다.
인구대비 소방관 인력은 도내의 경우 소방관 1명당 1178명에 달한다. 그 만큼 숫자가 부족하지만 총액인건비 탓에 인력충원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도 소방본부는 2012년까지 외근부서의 전면 3교대 실시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
소방관 A씨는 “화재진압 후 복귀하면서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이 지갑속의 가족사진”이라며 “혹시라도 가족사진을 다시 보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그는 또 “소방관 대부분이 격무에 시달리는 것도 문제지만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서 자긍심마저 점차 가벼워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현 상태에서 내 아들이 소방관을 하겠다면 그러지 말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윤동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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