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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곤화백, 용담댐기록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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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곤화백, 용담댐기록화전
  • 이종근
  • 승인 2009.09.22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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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물안개 피는 용담호에서 옛 추억을 더듬으면서 아릿다운 한국화 속 풍경 하나를 나끈히 건진다. 용담댐 건설로 만들어진 인공호에서 마치 용처럼 굽이치는 물줄기들이 빼어난 경관을 펼쳐보이는 이곳의 상큼한 아침. 물에 잠겨 섬이 된 산봉우리들 사이로 깔리는 물안개의 때깔이 참으로 곱다.
 용담호를 끼고 지나가는 드라이브 코스는 여행의 보너스요, 이어지는 인삼밭의 정경은 추억으로 다가서기엔 안성맞춤이지만 언덕빼기로 보이는 망향정(望鄕亭)의 숱한 사연은 왜 그렇게도 가슴이 저며오는지.
  갈대밭의 서걱이는 소리가 철새를 쫓는 가을 밤이면, 용담댐 물 속은 온통 달빛 고요로 일렁인다. 시리다 못해 쓰린 늦가을의 향기를 맡으면 이제는 저멀리 뒤안길로 점점 점점 더 잊혀져 가는 시골의 초가집 풍경과 그 옛날의 고샅길이 퍼뜩 떠오른다.
 막걸리라도 한 잔 할랍시면 이내, 어머님의 품처럼 편안함을 가져다주는 ‘고향’ 생각에 뜨거워진 눈시울을 이루다 주체할 수 없다.
 진안군 상전면 출신인 한국화가 김학곤화백이 전북도가 올해 처음으로 야심차게 기획한 전북미술작가 육성 프로젝트‘수도권 전시지원사업’에 당선돼 24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인사동 백악미술관에서 ‘삶의 고향 마음의 고향-용담댐’ 수몰 기록화 2차전을 갖는다. 편집자

 1차전(1999년 2월 전북예술회관)을 가진 후 10년만에 준비한 이번 전시회는 실향의 고통을 부채(負債)처럼 안고 살아가는 한 작가가 캔버스에 오감(五感)을 간질간질하게 만드는 대바람소리며, 토끼떼들이 무리지어 노닐었던 언덕배기며, 그리고 고향사람들의 수런거림이 잔뜩 묻어나는 풍경을 응축, 고향 진안과 용담댐 수몰민들의 이야기를 선보인다.
 용담댐 수몰지에 고향을 둔 김화백과 원광대 서예과 여태명교수는 이미 1999년 진안군 용담 주천 안천 정천 상전 등 5개 면의 산과 강, 들과 마을을 화폭에 담아 전시회를 가졌다.
 당시 전시회의 테마는 ‘삶의 고향, 마음의 고향’전으로, 전시된 작품들은 20호에서 300호까지 모두 21점이었으며, 김화백은 고향의 사계절을 스케치하기 위해 1996년부터 100여 차례 진안을 찾기도 했다.
 화폭 속엔 고향마을의 전경 뿐 아니라 사람들의 삶의 애환도 담아 넣어 어머님 품속처럼 그립고 그리운 진안골이 생생하게 살아나는 계기가 10년 만에 다시 마련됐다.
 “어떤 사람은 고향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설렌다고 하고, 또 어떤 사람은 그리움과 슬픈 추억이 함께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또다른 어떤 사람은 고향은 어머님 품속과 같아 삶이 지치고 고달플 때면 찾아가 쉬는 안식의 공간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작가는 형체도 흔적도 없이 모두 사라져버린 고향땅엔 그저 사모하는 돌비석만이 홀연히 망향가를 부르고 있을 뿐이다. 작가의 고향은 그렇게 물 속에 아주 깊이 잠겼을지라도, 오늘 다시 회환의 화폭으로 다시 환생해 건재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꿈속에서 조차 그리운 월포리 다리 모습을 볼 수 있는 상전면 월포리 원월포마을, 월포리 양지마을, 구룡리 금당마을, 구룡리 불로치, 정천면 월평리 오동마을, 월평리 월평 뜰, 용담면 월계리 성남마을, 월계리 호미동마을, 와룡리 호암 방앗간, 안천면 삼락리 경대마을, 노성리 상보마을, 상보 대양밭뜸 등 20여 점의 실경산수화 대작이 선보인다.
 이 가운데 ‘불로치(불노티, 코큰이재)’는 한국전쟁때 미군 장교 딘소장이 포로로 잡힌 데서 유래됐지만 재의 아랫 부분이 용담댐에 잠겨 참으로 아쉽기만 하다. 용담호의 담수가 시작된 후 작은 다리를 건너 강변마을을 오가던 시골버스가 더 이상 오가지는 않지만 작가의 작품엔 불로치를 포함, 용의 형상을 닮은‘용담(龍潭)’의 하늘에 여명이 깃들고 호수의 환한 빛깔이 실경(實景)산수화로 남아 여전히 넉넉한 자태와 특유의 때깔을 뽐낸다.
 용담호 주변은 수초와 갈대가 멋스럽게 자란데다 반도처럼 튀어나온 지형도 있어 풍광이 근사하지만 수몰로 빼앗긴 작가는 애오라지 ‘수구초심(首丘初心)’을 지향한다.
 망향의 기억을 간직한 물안개가 안개꽃으로 피어나고 고독의 섬으로 변한 산봉우리는 일년 삼백예순다섯날 그 자리에서 갈색의 추억을 반추케 만들면 작가는 오늘도 고향 상전면 등 수몰된 민중들의 애환을 다시금 그려낸다.
 그러나 20여 년 동안  용담댐 때문에 고향을 잃은 사람들의 숱한 얘기를 기록으로 남기고 있으나 작품들이 갈 곳이 마땅치 않은 실정이다. 실향민들에게 물 속에 잠긴 그리운 고향산천을 화폭에 담아 그들의 시름을 조금이나마 달래고, 후손들에게는 추억을 반추하는 기회를 제공해야 하지만 현실의 벽은 너무나도 높다.
 작게는 용담댐, 크게는 진안군, 전라북도, 대한민국에 이르기까지 용담댐 기록화를 잘 보관 전시해야 함은 물론 브라인더, 달력, 엽서, 판화, 실트스크린(티셔츠) 등 문화관광 상품으로 개발해 시판한다면 더 없이 좋을 것이다.
“용담댐 기록화는 평범한 작품이 아닌, 한 시대의 흐름을 기록한 거대한 역사를 화폭에 담고 있다는데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고 싶습니다”
 진안군 관내에 비치해 고향을 찾아가는 실향민과 진안을 기억하는 관광객들에게 수몰지역의 과거 역사를 기억하게 하고 새로운 문화관광 상품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터이다.
 ‘망향의 광장’ 전망대 옆 태고정(太古亭)은 고색창연한 옛 모습 그대로 망향가를 부르고 여의곡에서 옮겨온 지석묘는 물속에 가라앉은 그곳이 아득한 옛날부터 사람 살기 좋은 고장이었다는 사실을 목놓아 웅변하고 있다.
 이에질세라, 수초 숲에 몸을 숨긴 물오리떼는 용담댐의 수면을 박차고 청둥오리는 순식간에 수면 아래로 몸을 숨긴다. 검은 염소가 황금빛 가을 햇살을 온몸으로 받으며 탐색하는 진안의 풍경이 작가의 붓 끝에 잡혀 애잔한 느낌을 고스란히 전달하고 있다.
 느티나무 까치집 뒤편 고운 ‘내(천)’너머 아늑히 자리잡은 진그늘 마을 등 고향의 정든 산하들이 시나브로 통통하게 펼쳐지면서 끈끈이주걱이 되어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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