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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고립의 외톨이가 저지른 살인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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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고립의 외톨이가 저지른 살인사건
  • 전민일보
  • 승인 2023.06.08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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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었다’, ‘죽였다’는 등등의 뉴스가 너무도 많이 귀에 들리는 세상이다. 방송 뉴스나, 신문 사회면을 보면 어느 한날한시도 조용한 날이 없다. 하루에도 수십·수백 건의 사건 사고가 일어나고 있으니 웬만한 사건 가지고는 눈 하나 깜박 안 하는 요즘 세상이다. 그러나 곰곰 생각해보면 이보다 더 끔찍한 일이 어디에 또 있을까 싶다.

최근 부산에서 20대 또래 여성을 이유 없이 살해한 정유정이 오랜 기간 은둔형 외톨이로 지내온 것으로 확인되면서 그의 범죄 행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유정은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았다. 고교 졸업 이후 5년간 친구도, 직업도 없이 극도로 폐쇄된 삶을 살았다고 한다. 그는 평소 이웃 주민과도 잘 소통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범행 며칠 전 생필품을 사갔다는 한 가게 주인은 지난 2일 “단골이었던 정유정이 자주 들렀으나 인사한 적은 없다. 무뚝뚝한 편이었다”고 말했다.

정유정은 온라인에서도 외부와의 소통은 드물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의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검사 결과, 최근 3개월 동안 외부인과 연락한 흔적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SNS에서도 정유정의 흔적은 확인되지 않았다. 통상 피의자 신상이 공개되면 피의자의 지인 증언이 쏟아지는데 정유정의 경우 이조차 전무했다. 온라인과 현실 세계에서 사회적 유대관계가 거의 확인되지 않은 것이다.

이처럼 정유정은 철저하게 은둔형 외톨이로 지내오면서 오랜 기간 사회로부터 고립돼 있었 것이다. 결국 은둔형 외톨이 문제가 끔찍한 살인사건의 배경이 된 것이다.

그렇다. 은둔형 외톨이는 성격이 바로 설 수 없고, 비뚤어질 수밖에 없다. 정유정은 특히 범죄 관련 소설이나 범죄 수사 프로그램을 보며 범죄물에 탐닉했다고 한다. 밖에 나오지 않고 집에 틀어박혀 범죄물을 탐닉한 사람이 과연 뭘 배우고 느꼈겠는가. 사회적인 의사 교환 없이 홀로 범죄물에 몰두한 그는 경찰에서 “살인을 해보고 싶었다”고 진술했다. 참으로 충격적이다. 그의 망상의 한계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 사회는 은둔형 외톨이가 많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21년 19~34세 청년 중 고립·은둔청년은 약 53만8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코로나19를 거치며 61%가량 급격하게 늘었다. 은둔형 외톨이 청년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어떤 원인들이 은둔형 외톨이를 만들어내는 걸까. 전문가들은 핵가족화와 이혼율 증가로 인한 가족의 해체, 인터넷과 같은 정보통신의 발달로 단절된 가족이나 친구 간의 대화, 그리고 경제난으로 인한 불안감, 취업난, 실직 등과 같은 사회적 문제를 은둔형 외톨이의 수를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보고 있다. 또 치열한 입시경쟁과 학교 폭력 등도 원인 중의 하나다. 내성적인 성격이나 대인기피증, 사회공포증, 우울증 등의 개인적인 문제도 원인이 된다.

은둔형 외톨이는 대부분 결손 가정에서 자라 청소년 시절부터 범죄에 물든 경우가 많다. 부부싸움이 잦아 아버지가 어머니를 심하게 구타하는 모습을 보고 불안했던 자아형성 과정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특히 가족의 보살핌을 받지 못한 채로 청소년시절부터 전과를 쌓은 범죄자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전쟁에서 내가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사람이 사람을 총으로 쏴 죽이는 것은 정당할지 몰라도,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사람이 사람을 이유 없이 죽이는 것은 지극히 잘못된 행위이다. 일부 사람들이 도덕적·종교적 가르침에도 불구하고 툭하면 살인을 저지르는 것은 내 생명 이외의 다른 생명과는 다른 의미와 다른 가치를 지니게 되기 때문이다. 내 생명이 귀하면 남의 생명도 귀한 법이다.

우리 사회는 불우한 환경을 극복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다. 어찌 보면 살인자들이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변명은 자기 합리화에 불과하다. 부모는 자신이 선택할 수 없으나 범죄는 스스로 선택한 것이다. 모든 행위는 자기 책임이다. 아무 이유없이 남의 목숨을 빼앗는 극악무도한 흉악범은 극형에 처해야 마땅하다.

신영규 전북수필과비평작가 회장

※본 칼럼은 <전민일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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