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지만 알 것 같은 사람을 스쳐 지나간 밤, 나는 밑줄을 지우느라 물러지고 물크러진다”
위로가 필요한 순간, 따사로운 응원을 건네는 것에 주목한 이영종 시인의 시집 '오늘의 눈사람이 반짝였다'(걷는사람 시인선 86번째 작품)가 출간됐다.
2012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이영종 시인은 순정이 있는 따뜻한 서정과 맑은 연민을 표현했다는 평을 받는다.
시인은 삶의 한 장면을 사려 깊게 담아낸다. 그의 시세계는 타자에 대한 호기심으로 시작해 대상의 마음을 상상해 보려는 다정함으로 갈무리된다. 시인이 온화한 마음으로 길러낸 풍경은 수채화 같은 맑은 색감으로 풀어져 우리의 마음을 담는다. 시인이 그려내는 서정이 그의 윤리적 가치관에 기반한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호남선 개태사역 부근에서 멧돼지 한 마리가/열차에 뛰어들었다는 기사를 나는 믿기로 했다'라는 문장에서 엿볼 수 있는 '서정적 믿음이 오늘 밤 내가 떨지 않기 위해 덮을 일간지 몇 장도/실은 숲에 사는 나무를 얇게 저며 만든 것'이라는 지각에 도달하는 것이다.
시인은 일상적인 순간, 자그마한 눈부심을 포착하는 작업에도 능숙하다. 그는 '여기와 저기 사이에 무엇을 그릴래?'라는 물음을 '너와 나 사이에 무엇을 띄울래?'('멀리서 두드리는 것들'中)라는 호기심으로 변주하며 타자를 향해 손 내밀기를 망설이지 않는다. '궁금해 참을 수 없어 그렇게 타고나서 어쩔 수 없어'('햇발에 대해 궁금함'中)라는 구절에서 알 수 있듯이 관계와 연결을 중시하는 시인의 움직임은 곧 '아무 데나 날아가는 웃음을 태양까지 쌓는 일'('바다가 보이는 미용실'中)이 된다. 표제가 된 “오늘의 눈사람이 반짝였다”('오늘의 눈사람이 반짝였다'中)라는 표현처럼 내일이면 이 세계에서 사라질지도 모를 눈사람으로부터 오늘의 분명한 반짝임을 발견해야만 하는 것이 우리의 소임일지도 모른다.
시인은 세계 곳곳에 깃든 웃음과 환대를 통해 끝없는 반짝임을 포착할 것만 같다.
박동억 문학평론가는 "이영종의 시세계를 '서정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라고 정의한다"면서 “이 시집을 단 하나의 표정으로 바꾸어 표현한다면 그것은 세상의 모든 존재를 환대하는 미소일 것이다. 결국 당신을 향한 미소는 이 시집을 이루는 존재 자체다”고 평했다. /송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