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에서 가스렌지를 사용하다 불이 날 경우 자동으로 불을 끄는 후드 자동식 소화기의 감지부와 노즐이 중앙이 아니라, 좌측 벽면으로 설치되어 있어 실제 화재가 발생하면 불을 끄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동식 소화기란 지난 2005년부터 5층 이상 공동주택의 주방에는 설치가 의무화된 법정 소방시설로 직경 30㎝ 정도의 원통형으로 아파트 주방 후드부분 중,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자리에 장착되야 한다. 이를 어길시에는 위반시 2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법 규정이 애매모호하고 소방당국 역시 형식적인 감리업체의 보고서만 확인하고 소방준공필증을 내주고 있어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실제 지난 2006년 준공된 전주 A아파트에 경우 주방 후드 자동식소화기의 감지부와 분사노즐이 중앙이 아닌 좌측면 벽쪽에 설치되어 있다. 이에 입주민들은 "화재가 날 경우 불을 끌 수 없다"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또한 "시공사의 부도로 재시공을 요청할 수도 없고 하소연도 못해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며 준공필증을 내준 소방당국을 거세게 비난했다.
입주민 B씨는 "이로 인해 자칫 소형화재가 대형 참사로 이어질 위험이 크지만, 준공 당시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자동식 소화기에 대해 감리한 업체와 이 업체의 감리보고서만 보고 형식적인 사용승인을 내주는 소방서는 화재 진압에 전혀 이상이 없다는 이유를 들며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고 주장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소방서 측은 아파트는 현장확인 대상이 아니며 안전에도 아무 이상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관할 소방서 관계자는 "자동식 소화기가 후드 측면에 설치되어 있다고 해서 규정에 어긋난 것은 아니라며 성능인증을 받은 제품이고 노즐이 가스렌지로 향해 있기 때문에 화재를 충분히 진압 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지난해 법이 개정돼 후드 중앙에 설치해야 한다고 명시됐지만 성능검사를 통과하면 측면 설치도 가능하며 성능을 확인하는 동영상을 보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소방시설업체 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러한 규정은 결국 누구에 책임인지를 따지는 허술한 탁상행정으로 자칫 대형화재로 이어질 위험을 묵인하고 있는 것이라며, 따라서 "허술한 법규정과 이를 보고서에만 의존하고 있는 관계당국으로 인해 입주민들의 안전은 방치될 수 밖엔 없어 빠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왕영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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