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순을 넘긴 나이에 문단에 등단해 지난해에 첫 시집 '죄인의 꿈'을 냈던 이존태 시인이 제2시집 '꽃의 고백'을 출간했다. 이번 시집은 시인이 어떤 과정을 통해 ‘참나’를 발견하게 되고 시인 앞에 놓인 존재 사물과 하나가 되어 시적 대화를 나누게 되는가를 잘 보여준다.
이번 그의 시집의 핵심은 ‘비움’이다. 위 '낙화'에서 보다시피 그는 떨어지는 꽃을 통해 큰 깨달음을 보여준다. 이제까지 지고 있던 온갖 애증의 짐을 떨치고, 스스로를 해방시키며, 나비가 되어 평화의 땅을 향하여 날아가겠다는 것을 선언한다. 이처럼 ‘비움’을 통해 자신을 회복하는 역설이 이 시집이 담고 있는 중심적 주제인 것이다. 여기에 도달하기까지 시련이 없을 수 없다.
꼼짝 없이 서서 말도 못하고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그대’를 기다리면서도 아침이면 눈 하나 붉히지 말고 눈 부릅뜨고 흔들리지 말자 라고 하는 '장승' 속에는 커다란 한(恨)이 맺혀 있다. 이런 한을 끌어안고 삭이는 작품이 '몸살'이다. 긴 세월의 그리움이 살갗에 스며들고, 밤새 진땀을 흘리며 몰래 열꽃을 피우는 과정에는 한 시인이 지나온 인고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런 과정은 삭임을 통해 이루어지는 한국적 한의 승화 과정이라는 사실을 김광원 시인은 해설을 통해 정리하고 있다. 그렇게 하여 시인은 '거꾸로 살아볼까'를 통해 지난 세월을 내려놓고 새롭게 부활한다. 김영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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