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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는 인생역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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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는 인생역전이 아니다
  • 전민일보
  • 승인 2008.10.06 09: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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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흔히 좋은 꿈을 꾸고 나면 복권을 산다. 꿈에서 본 행운이 현실에서도 이어질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에서다. 비록 재미 삼아 해본 것이라는 식의 변명을 늘어놓지만 한순간에 일확천금을 얻어 보려는 의도에서 로또를 산다. 특히 물려받은 재산도 없고 한푼 두푼 모아봤자 집 한 채 마련하기 어려운 서민들은 단 한 번에 ‘인생역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복권에 당첨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생지사 새옹지마라고 했듯이 나에게도 로또의 행운이 찾아오지 말란 법은 없다는 막연한 심리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의도가 마냥 잘못됐다고 하기엔 우리 사회가 너무도 얄밉다. 온 국민이 천문학적인 숫자놀음에 빠져 일확천금을 꿈꾸게 만든 ‘로또’는 분명 도박이다. 말하자만 국가가 국민들에게 도박을 장려하고 있는 것이다.
  위정자들은 경마와 경륜, 카지노와 복권으로 국민을 우롱하더니 마지막으로 우리의 소중한 재산을 앗아갈 한 가지 남아있는 강력한 마약을 개발했다. 이것이 바로 ‘로또’이다. 마약을 하거나 도박을 하는 사람의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한 것이다. 대한민국 역시 온 국민이 로또라는 도박에 미쳐버린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땀 흘려 열심히 일하는 사회, 정직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사회, 그리고 그렇게 산 사람이 보상을 받는 사회, 이는 로또가 생기기 이전 우리 모두의 생각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로또 발행 후 도시, 시골, 산간벽지, 대기업, 소기업, 심지어 구걸하는 걸인들까지 로또를 천국에서 내려온 천사로 생각하고 있다. 로또가 개인의 재산증식을 불려주는 사업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며칠 전 로또복권 1등에 당첨돼 19억원이라는 거액의 당첨금을 받았던 한 젊은이가 도박과 유흥비 등으로 돈을 모두 탕진하고는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절도를 하다가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는 신문기사를 본적이 있다. 경남 마산에 거주하는 황모씨는 2006년 6월, 강도 상해 혐의로 경찰에 수배를 받아오던 중 우연히 구입한 로또복권이 1등에 당첨되는 대박이 터졌다. 당첨금은 무려 19억원이다.
  사실 강도상해죄를 저지른 중범죄자에게 로또 일등의 행운이 내려졌다는 건 뭔가 잘못된 일이다. 하여간 세금 등을 빼고 14억원이라는 막대한 당첨금을 거머쥔 황씨는 우선 1억원으로 변호사를 선임해 가뿐하게 벌금형을 선고받은 뒤 본격적으로 당첨금을 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버지에게 집과 개인택시를 사주고 형에게는 가게를 차려주기도 했지만 쉽게 떨어진 ‘돈벼락’은 도박과 유흥비로 흥청망청 쉽게 날아갔다.
  돈을 물 쓰듯 한 황씨는 사설 도박판에서 속칭 ‘포커’ 도박에 빠져 당첨금 중 무려 4억원을 날렸으며 심지어 여자 친구에게 수백만원씩 뿌리기도 했다는 것.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계속된 도박과 룸살롱 등에서의 방탕한 유희생활에 빠졌던 황씨는 결국 8개월만에 가진 돈을 모두 날리고 알거지가 됐다. 쉽게 번 돈은 쉽게 쓰여 진다는 말이 실감나는 대목이다. 
  많은 사람들은 로또를 사서 ‘인생역전’을 꿈꾸고 있다. 그런데 실제로 복권에 당첨된다면 정말 인생역전을 이루어 행복해질까? 미국에서 1000만 달러(약 100억원)이상 복권에 당첨된 지 10년 이상 지난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무려 64%에 이르는 사람들이 이혼, 알코올 중독, 가산 탕진, 도산 등으로 ‘전보다 불행해졌다’고 하는 통계가 있다. 인생역전에 성공한 이들이 인생파탄에 이르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현재 가진 것보다 가진 것을 어떻게 관리해 나가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 채 일확천금을 얻은 상황에만 매몰되기 때문이다. 인생이란 현재의 모습도 중요하지만 일생을 살아가는데 미래의 계획이 더 중요하다.
   ‘돈’이라는 것은 분명 좋은 것이다. 너도 나도 사활을 걸고 돈을 찾아나서는 걸 보면 돈이 매력 있는 물건임에 틀림없다. 특히 ‘공돈’을 얻게 되는 것은 매우 즐겁고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 ‘돈이면 다 끝난다.’는 사고는 잘못된 것이다. 돈이 지상제일주의라고 생각하는 오늘의 사회풍조는 결국 숱한 폐해를 야기 시키고 있지 않는가?
  이런 면에서 전자의 황모씨의 경우 로또는 인생 역전이 아니라 ‘인생파단’이다. 인생 역전이란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고 무엇을 이루었느냐에 따라서 그 가치가 달라질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로또에 인생을 걸고 있다.
  큰 부자들은 로또를 거의 사지 않는다. 로또는 대부분 서민들이 사는 것이다. 그러므로 로또는 국민은행이란 거대자본이 서민을 등쳐먹는 행위이다. 따라서 국민들의 건전한 근로의욕을 마비시키며 사행심을 조장하게 만든 로또사업은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신 영 규 / 수필가/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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