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들에 의해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된 70대 남성이 친동생의 면회를 거부한 병원에 대해 "부당한 제한"이라며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10일 전북지방변호사회에 따르면 A(75)씨는 지난 6월5일 도내 한 정신병원에 강제입원됐다. 그를 병원에 강제 입원시킨 사람은 바로 두 아들이었다.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병원에 입원하게 된 A씨는 동료 환자의 휴대전화를 빌려 친동생인 B씨에게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당했다"며 자신의 상황을 알렸다.
A씨 연락을 통해 이 사실을 알게 된 B씨는 6월10일 병원을 방문해 형과의 면회를 요청했지만, 병원 측으로부터 거절당했다. 이는 보호의무자인 두 아들이 병원에 '면회 제한'을 요청했기 때문이었다.
형을 만나지 못한 B씨는 당일 오후 의사인 매형과 함께 다시 병원을 찾아 면회를 요청했지만, 병원의 입장은 여전했다.
두 아들의 허락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B씨는 물러날 수 없었고, 거세게 항의한 끝에 가까스로 형을 만날 수 있었다.
당시 A씨는 B씨에게 "퇴원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B씨는 형의 퇴원을 위해 변호사를 선임한 뒤 6월15일 다시 병원을 찾았다. 역시나 병원 측은 변호사의 접견을 허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변호사를 만나고 싶다"는 A씨의 의견이 주치의에게 전해지면서 한 차례 만남이 허용됐다.
A씨는 변호사에게 "아들들과 갈등이 있었는데 나를 강제로 병원에 입원시켰다. 억울하다"며 퇴원 의사를 강력히 밝혔다.
변호사는 A씨에 대한 퇴원심사청구를 병원과 관할 보건소에 제출했고, 병원은 심사가 이뤄지기 전인 6월19일 A씨를 퇴원시켰다.
A씨는 B씨와 함께 지난 9일 전주지법에 해당 병원과 주치의, 감독기관인 전북도를 상대로 부당한 강제입원, 면허거절에 따른 3000만원대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사건을 맡은 장충석 변호사는 "정신건강보건법은 정신병원 강제입원 제도의 악용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 중 하나로 치료목적을 위해 최소한으로만 입소자 면회를 제한하도록 규정돼 있다"며 "하지만 여전히 병원들은 보호자가 요구했다는 이유로 이를 만연히 수용하고 입소자 면회를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 변호사는 "강제입원 된 입소자의 권익에 부당한 제한을 가하고 있는 정신병원의 강제입원 제도운용에 문제를 제기하고, 관리주체인 전북도의 관리책임을 함께 묻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전북변호사회도 도민의 인권옹호와 정신병원 강제입원 제도운용의 문제점을 시정하고자 A씨에 대한 법률구조를 결정했다.
이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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