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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교육청 영재교육원, ‘창의적 지식탐구토론대회’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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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교육청 영재교육원, ‘창의적 지식탐구토론대회’ 현장
  • 소장환
  • 승인 2007.07.25 1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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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학교 교과서를 떠나 스스로 정한 주제에 대한 자기주도적 학습과 토론 벌여

수업시간에 교과서를 펴고 선생님의 수업지도에 따라 진도를 나가는 모습이 우리나라 대부분 학교의 수업 풍경이다.

그래서 시험을 보면서 같은 진도범위에서 문제를 내더라도 형식과 방향이 조금만 달라도 “수업시간에 안 배웠는데요”라는 볼멘소리를 하는 것이 한국의 학생들이다.

하지만 지난 24일 전주교육청 영재교육원에서 열린 ‘창의적 지식탐구토론대회’를 보면서 “만일 학교 현장에서 이뤄지는 수업이 이런 모습이라면 어떨까. 살아 있는 수업이란 이런 것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날 탐구토론대회는 과학·수학·논술 등 분야별로 초등·중등으로 나뉘어 이뤄졌다. 이날 중등 논술 및 독서토론 과정을 지켜봤다.

기초반-‘안락사를 허용할 것인가’ ‘십대들의 팬 문화, 이대로 올바른가?’

전주교육청 영재교육원 2층의 2모둠실 문을 살짝 열어봤더니 학생들은 벌써부터 ‘안락사의 허용여부’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안락사를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주제발표를 한 학생들은 “이미 의학적으로 사망단계에 이른 환자에게 의학기술을 동원해 단순히 생명을 연장하는 것은 인간답게 죽을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고, 환자 가족들에게 견딜 수 없는 정신적·경제적 고통을 가져다 준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발표를 들은 학생들은 곧바로 열띤 반론에 나섰다. “생명이 멈추지 않는 한 인간의 존엄성을 거스를 수 없는 것이다.”, “식물인간 상태의 환자라도 극히 일부이기는 하지만 기적처럼 일어난 사례가 있는데 안락사는 이런 기회를 포기하는 것이다.” 등등 다양한 반론들이 거침없이 쏟아졌다.

교과서 수업을 통해서는 이처럼 ‘안락사’에 대해 뜨거운 토론을 벌일 기회도 없지만, 일반적인 수업을 통해서 선생님이 칠판에 안락사의 장점과 단점을 일목요연하게 적어주는 것보다 학생들 스스로 이러한 내용들을 토론을 통해 깨달을 수 있다는 점에서 대단한 광경이었다.

학생들은 안락사에 이어 ‘십대들의 팬 문화, 이대로 올바른가?’라는 주제토론을 시작했다. 여기에서 인기그룹 ‘동방신기’의 팬들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청와대가 나서서 동방신기의 해체를 막아달라”는 글을 올린 내용과 인터넷의 악의적인 댓글로 인해 마음에 상처를 받고 자살한 사례들을 발표하는 모습을 보면서 발걸음을 2층 도서실의 심화반으로 옮겼다.

심화반-‘동성결혼 허용해야 하나?’ ‘트랜스젠더를 법적으로 인정해야 하는가?’

조심스레 도서실의 문을 열자 ‘동성결혼’에 대해 토론이 한창이다. 최근 동성애에 대한 논란과 함께 동성의 결혼을 허용하는 국가가 등장하면서 주제발표에 나선 학생들 역시 “동성결혼 역시 새로운 가족의 형태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이에 대해 반론에 나선 학생들은 “인류가 가족을 구성하는 이유에는 성적자기결정권과 성관계에 대한 만족 이외에 종족번식이라는 근본적인 이유가 있는데 동성결혼은 자연의 법칙에서 어긋난 것으로 동성결혼이 일반화되면 극단적으로 인류가 멸망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러한 반론에 대해 주제발표에 나선 학생들은 “동성애는 최근에 많아진 것이 아니라 그동안 억눌려 있다가 이제 와서 떳떳하게 표현하는 것일 뿐 결코 많아진 것은 아니다”면서 “동성애자는 있는데 법적 결혼이 허용되지 않아 가족의료보험혜택이나 양육권 등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말로 다시 반론을 펼쳤다.

학생들의 반론공방은 약 10분 동안 주고받았지만 주어진 시간제약으로 인해 ‘트랜스젠더’에 대한 다음 토론으로 넘어갔다.

트랜스젠더에 대해서도 학생들은 ‘성역할론’과 ‘성염색체론’을 꺼내면서 심도 있는 주제발표와 토론을 이어갔고, 성전환자들에 대한 고통과 성전환의 법적 허용에 대한 사회적 필요성을 역설했다. 만만치 않은 반론도 이어졌다.

이날 학생들의 주제발표와 토론에 대해 기초반에서 진행을 담당한 이미자(중앙중) 교사는 “학생들이 준비를 많이 해와 오히려 교사가 당황했다”면서 “아이들의 수준이 생각 이상인 것 같다”고 말했다. 글·사진=소장환기자

“진짜로 아이들이 스스로 한 겁니다”…전주교육청 백진수 인턴장학사

“발표하는 아이들을 지켜보면서 다들 놀라네요. 진짜로 아이들이 다 한 건데….”

이날 ‘창의적 지식탐구대회’를 총괄 진행한 백진수 인턴장학사는 주제발표와 반대토론에 나선 학생들의 발표내용에 대해 학생들 스스로 준비한 것이 ‘진짜’임을 강조했다.

현재 영재교육원에 다니면서 수업을 받고 있는 학생들이 참여한 이번 대회에서 학생들은 과학, 수학, 논술로 나뉘어 학기 초에 짜여진 조별로 학생들 스스로 주제를 정해서 주제에 대한 실험과 자료수집을 통해 발표내용을 정리했다. 아울러 다른 학생들이 발표하는 주제에 대해서도 자료를 준비해 반대토론에 나섰다.

백 장학사는 “학생들이 교과서의 틀을 벗어나 그야말로 자기주도적 학습을 통해서 창의적인 생각들을 발표하는 모습을 보면서 교육의 모델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백 장학사는 “단순히 발표를 하는데 그치지 않고 반대토론을 거치면서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을 체계화하고, 사고의 폭을 넓히고 있다”면서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자신감도 생기고, 리더십도 길러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사진=소장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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