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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표지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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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표지갈이
  • 전민일보
  • 승인 2016.06.15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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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그런 일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세상 물정에 어두운 탓이다. 대학교수들이 남의 저서에 표지만 갈아 자기 이름을 붙여 출판했다니, 이건 통째로 표절한 게 아니고 뭐란 말인가.

제자들과 세상 사람들 앞에서 어찌 고개 들고 다닐 수 있을까. 상아탑의 지성이라고 자부하는 이들이 창피한 줄도 모르고 철면피한 사람이 된 것은 무엇 때문일까?

원저자가 받는 인세는 얼마나 될까? 아무리 많다 해도 기백만 원 정도 아닐까 싶다.

그 돈을 공돈이나 눈 먼 돈이라 하여 낭비했고 살림에 보탬도 안 되었을 것이다.

이름을 올린 교수는 그 책을 교재나 참고서로 채택할 가능성이 있지만, 자신이 쓴 내용도 아니고 얼마나 깊이 있게 가르쳤을까 의심이 간다.

얼마 전 검찰은 전공도서의 껍데기를 바꿔 출간하는 이른바 ‘표지갈이’ 수법으로 책을 내거나 이를 눈감아준 혐의로 전국 110개 대학 교수 182명을 적발하여 소속대학에 통보했다.

원저자 25명과 허위 저자는 159명이다. 표지갈이 책을 연구실적으로 제출했거나 2권 이상 허위 저자로 등재한 교수 74명은 불구속 기소하여 정식재판에 회부되었다.

1권만 표지갈이를 했거나 이를 허용한 원저자 105명은 벌금형으로 약식기소했다. 원저자는 저작권법 위반으로 벌금 3백만 원에, 허위 저자는 1천만 원에 기소한 것이다. 표지갈이 서적을 출판한 4개 출판사 임직원 5명은 불구속 기소했고, 나머지 3명은 기소중지 처분했다.

이는 공소 시효가 남아 있는 최근 5년간 발간 서적만을 대상으로 수사했는데도 이 정도라면 실제 그 규모가 얼마나 될지 짐작하기도 어렵다.

표지갈이는 1980년대부터 30여 년간 성행한 수법이라는데, 한 전공서적은 판을 바꿔가며 교수 21명이 저자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고 한다. 검찰은 교수 명단을 공개하고 대학은 이들 교수들을 즉각 퇴출시켜야 한다.

교육부는 해당 교수들에게 징계와 재임용 탈락 등 엄중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알려졌다. 연구 실적이 필요한 허위 저자와 인세 수입을 노린 원저자, 전공서적의 재고 처리를 목적으로 하는 출판사 등 3자의 이해관계가 일치하여 수십 년 동안 관행적으로 이루어져 온 것으로 판단된다. 일벌백계하여 다시는 이런 불미스런 일이 대학에서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겠다.

이번 사건으로 대학가에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칠 전망이다.

벌금 3백만 원 이상 선고 시 재임용 대상에서 탈락하며 가짜 책으로 인정받은 연구 성과는 무효가 되어 실적미달로 퇴출 대상이 될 수 있다.

노블리스 오블리에를 이들에게 적용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에서 누가 승복할 것인가.

대학교수도 돈이나 명예 앞에 약한 존재라 하겠지만, 참으로 안타까운 노릇이다.

제자들의 연구비 유용, 성희롱, 논문표절 등 간간이 노출되는 대학가의 추문에 참담함을 금치 못한다.

사회의 지도층의 위치에서 존경받는 교수로 남기 위해서는 부단한 자기 절제와 수양이 필요치 않겠는가?

물론 소수의 잘못을 가지고 전체 교수 집단을 폄훼하고 싶지는 않다. 다수의 선량한 교수들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 그것도 찜찜하다.

김현준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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