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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자나무 울타리를 지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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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자나무 울타리를 지나며
  • 전민일보
  • 승인 2016.06.08 0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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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산책길의 수목원에서 탱자나무 울타리를 발견했다.

요즈음엔 벽돌담이나 콘크리이트 담장이 건물을 둘러싸고 있지만 나의 유년시절 시골에서는 탱자나무가 채마밭이나 과수원의 울타리 역할을 많이 했다.

수목원의 탱자나무는 유실수인 복숭아 과수원을 보호하는 울타리로 심어져 있었다.

오뉴월의 햇살을 받은 탱자나무에는 새순이 돋아나 초록색의 부드러운 가시가 돋아나 있고 가시 줄기 사이로 탱자열매가 동그랗게 맺혀 커가고 있었다.

탱자나무는 운향과의 식물로서 감귤류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옛말에 강남의 귤이 회수를 넘으면 탱자가 된다는 말이 있어 새콤달콤한 감미로 각광을 받는 과일인 귤에 비해 품격이 격하된 느낌을 받지만 탱자는 생약제로 귀중한 역할을 하고 있는 열매이다.

인용한 귤화위지(橘化爲枳) 이야기는 강남에 심은 귤을 강북에 옮겨 심으면 토질과 환경요인으로 인해 탱자로 변화되어 사람도 주위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선량했던 제나라 사람이 초나라에 와서 살게 되면 풍토의 영향을 받아 도둑질을 배워 도둑이 되었다는 이야기로 빗대어 안영에게 억지를 부리는 초나라 왕을 굴복시킨 고사이다.

안영의 고사에서는 이처럼 귤이 탱자로 변하는 과정에서 탱자를 격하시켜 도둑과 동일시 여겼지만 사실은 이 탱자나무가 과수원의 도둑을 지켜주는 생울타리의 역할을 하고 있으니 탱자나무 울타리와 귤화위지 고사는 極과 極의 이야기이다.

탱자의 덜 익은 열매를 따서 말린 것을 생약제로 사용한다.

미성숙과의 작은 열매를 지실(枳實)이라 부르고 비교적 큰 열매를 지각(枳殼)이라 부른다.

지실(枳實)은 소화불량, 복통 등에 기(氣) 순환을 시켜주어 소화장애가 있을 때 사용하는 생약제이고 지각(枳殼)은 지실보다 작용이 완만하여 위염으로 소화가 안되어 통증이 있을 때 사용하는 생약제이다.

탱자나무 울타리 아래에는 작년에 자랐던 가시 줄기가 꺾여 낙엽위에 떨어져 있었다. 갈색으로 마른 탱자 가시 줄기가 마치 뿔갈이를 하고 떨어진 사슴뿔처럼 보인다.

노화되어 저절로 떨어진 사슴뿔처럼 보인다.

사슴뿔은 녹용이라 하여 최고의 자양강장제로 사용하는 생약제로 널리 알려져 있다.

넓은 초원에서 수 많은 사슴을 방목하는 뉴질랜드같은 나라에서는 우리나라나 일본 사람을 대상으로 이 사슴뿔을 고가로 판매하고 있다.

그런데 뉴우질랜드 사람들은 사슴뿔을 약제로 사용하지 않는다. 우리 나라 관광객에게는 만병통치약으로 판매하고 있다. 녹용의 주성분은 칼슘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새로 자라나는 어린 뿔은 흡수되기 쉬운 칼슘성분으로 되어 있어서 성장기 어린이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생약이다.

또한 칼슘이 부족한 성인에게도 근골을 강화시켜주기도 한다. 우유나 유제품 등 칼슘이 풍부한 식이를 주로 하는 서양인들은 어쩌면 특별히 칼슘이 필요하지 않아서 사슴뿔까지 달여 먹을 필요가 없을 지도 모른다. 그러한 서양인들, 특히 뉴질랜드 사람들은 우리 나라 관광객에게 접근하여 고가로 판매하고 있으니 아이러니한 생각이 든다.

문득 사슴뿔처럼 보이는 탱자나무 가시 줄기를 바라보면서 이 것을 녹용처럼 달여 먹으면 어떨 까 하고 생각해보았다.

극과 극은 통하니 이 탱자나무 가시탕이 체내에 흡수되면 혹시 마음속에 자라나는 원망의 증오등의 불필요한 가시 같은 것을 녹여주지 않을 까 하고, 또한 탱자나무 가시 울타리처럼 낭만적인 울타리가 마음속에 생겨서 필요 없는 감정들이 침입하는 것을 막아주지 않을 까하고 생각해본다.

소현숙 전북 여약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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