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 완산구 경원동 동문사거리 인근에 작업실과 갤러리를 함께 운영했던 중진 한국화가 L씨는 최근 동료작가들의 작업실과 갤러리를 전전근근하는 하는 처지가 됐다.
작업실이 들어서 있던 건물의 주인이 바뀌면서 리모델링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다른 건물에 작업실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주위를 돌아다녔지만 비어있는 건물이 전무한 상황이고 그나마 집세가 턱없이 올라 이전 집세로는 도저히 작업실을 구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인 것.
중진작가인 서양화가 L씨와 한국화가 J씨도 비슷한 처지에 놓여 최근 1~2년 새 동문거리를 떠났다.
이들이 동문거리를 대표하는 전북화단의 중진들이라는 점에서 동문예술거리의 상실감은 크다.
최근 한옥마을이 관명명소로 자리를 잡으면서 상업화가 급진되고 영역을 확장하면서 동문사거리의 부동산 가격은 물론 전월세 가격이 급등해 동문문화예술거리 예술인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대분부 화가들의 작업실은 2~3층에 위치해 비교적 집세 부담이 적고 용도변경이 거의 없었으나 최근 한옥마을의 호황이 확대되면서 월세가 2배까지 뛰었다.
상업화가 진행되면서 2~3층까지 커피숍과 카페 등이 들어서 작업실 공간이 사라지고 있는 것은 더욱 심각한 문제점이다. 집세부담이나 리모델링으로 쫒겨나도 더 이상 동문거리에서는 작업실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
지난 7월 개관한 ‘동문길60’이 2층에 3개의 작업실을 마련해 신진 작가들의 인큐베이팅에 나섰지만 공간이 워낙 협소하고 수요에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동문거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20명 내외의 작가들도 이 같은 분위기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동문거리 예술가들의 사랑방 역할을 했던 D액자도 최근 건물이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가 문을 닫는 등 작가는 물론 화랑과 표구사 등 관련 시설까지 하나 둘씩 문을 닫고 있고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동문사거리는 도심 공동화 현상으로 월세 부담이 적은데다 근접한 곳에 전북예술회관이 위치해 있고 화실과 화랑, 공연장 등 인프라가 자연스럽게 구축되면서 한옥마을 성공으로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지만 오히려 역효과를 겪고 있는 것이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동문문화예술거리의 명맥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동문예술거리 관계자들은 작가들과 관련시설들이 유지할 수 있도록 창작공간 확충과 지원, 전시·공연 시설 확충 등 전반적인 지원대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신성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