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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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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
  • 전민일보
  • 승인 2015.10.07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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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예순 두 살에 스키를 배웠다. 2년 뒤에는 킬리만자로 산에 올랐고, 일흔 살에 후지산 꼭대기를 밟았다. 지금도 고향인 플레인즈의 교회에서 청소년에게 성경을 가르치며, 잔디 깎는 일을 맡아 하고 있다. 그에게 인생 최고의 해는 언제였냐고 물으면, ‘지금’이라고 대답한다.

백악관을 나온 뒤 그는 땅콩 농장주인일 때 지은 집에서 검소하게 살고 있다. 때로는 평화의 특사로, 때론 후진국 농촌에서 목수로 집을 지어주기도 하며, 정치학과 사회복지까지 강의하는 대학 강사로 일흔다섯까지 보냈다. 현재 구순에 접어들었으나 여전히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카터의 좌우명은 ‘최선’이라고 알려졌다. 카터가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임지에 도착하여 부임신고를 했다. 사령관은 그의 경례를 받고 “카터 소위, 귀관은 사관학교 시절에 몇 등이나 했는가?”고 물었다. 카터는 당황해 하면서 “750명 가운데 57등을 했습니다.”고 대답했다. “귀관은 어찌하여 최선을 다 하지 않고 57등 밖에 못했느냐 말이다.”고 불호령을 내렸다. 카터 소위는 그때부터 ‘왜 최선을 다하지 못 했는가’라는 사령관의 말을 좌우명으로 삼아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였다.

그는 제대 후 농장에 가서 농사를 지을 때도 농부로서 최선의 노력을 다했고, 주지사에 당선되어서는 주지사로서 최선을 다하였다. 그러는 가운데 마침내 백악관의 주인까지 되었다.

대통령 시절 손수 가방을 들고 다녔던 것으로 유명했던 카터는 언론에 사진을 찍히기 위한 쇼였으며, 카메라가 사라지면 금방 가방을 수행원에게 맡겼다고 백악관 경호원들이 밝혔다. 베스트셀러《대통령 경호원들》에서 작가 케슬러는 가장 호감이 안 가는 대통령으로 지미 카터를 꼽았다.

임기 초반 카터는 우리나라를 방문하여 대통령을 만나고 돌아간 뒤, 미군을 철수시키겠다고 하여 한미 간 갈등이 고조되었다. 그의 주한미군 철수계획은 군부의 반대에 부딪쳐 무산되었다.

케슬러는 카터 대통령이 경호원들을 경멸했다고 주장했다. 그가 집무실에 드나들 때 경호원들이 인사를 하지 말고 자기를 쳐다보지도 못하게 지시했다. 어느 경호원은 7개월 간 대통령 전용차를 운전했음에도 카터는 그에게 한 마디도 말을 걸지 않았다고 한다.

카터의 쇼맨십을 보여주는 또다른 에피소드가 있다. 그는 퇴임 후 국민 세금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며 경호원 배치를 사양했으나 이내 마음을 바꾸었다. 경호원이 있어야 여행할 때 공항에서 특별대접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카터는 얼마 전 내란선동죄로 9년 징역형이 선고된 이 모 전 국회의원을 석방하라는 측근들의 움직임에 동조하여 빈축을 샀다. 내정간섭이 지나치다는 여론이 일었다.

흔히 정치인들의 변신은 끝이 없다고 한다. 인사청문회에서 홍역을 치른 이 전 총리가 재임 63일 만에 불명예 퇴진을 했다. 충청도 기수로 부상한 그가 부메랑이 된 성완종 게이트의 첫 희생자가 된 것은 아이러니하며, 정치인의 두 얼굴을 보는 것 같아 씁쓰레 하다.

김현준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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