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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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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
  • 전민일보
  • 승인 2015.09.21 1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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士爲知己者死女爲知己者容

“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죽고

여자는 자기를 기쁘게 해주는 사람을 위해 얼굴을 가꾼다”

중국 춘추시대 말기에 지백(智伯)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진(晉)나라 육경(六卿)의 하나로 세력이 가장 강했으나 교만으로 결국 망하고 만 인물입니다. 그가 진양(晉陽)전투에서 조양자(趙襄子)에게 패해 죽고 난 뒤의 일입니다.

지백의 신하 가운데 예양(豫讓)이란 사람이 있었는데, 자신이 섬기던 지백이 죽자 원수를 갚겠다고 나선 바람에 조양자의 마음을 불안케 만들었습니다. 예양은 몸에 옻칠을 하여 창병이 나도록 하였고, 벌겋게 타는 뜨거운 숯을 먹어 목소리까지 바꾸어 버렸습니다. 예양이 알아보지 못하도록 말입니다.

마침내 조양자가 외출하자, 예양은 거짓으로 죽은 체하며 다리 밑에 숨어 있었는데, 양자를 태운 마차의 말이 그가 있는 곳에 이르자 앞으로 나가지 않는 겁니다. 양자가 이상한 예감이 들어 신하를 시켜 다리 밑을 조사해 보도록 했더니, 과연 예양을 찾아 내어 화를 면했습니다.

조양자는 그의 의(義)를 높이 사서 죽이지 않고 돌려보냈습니다. 그러다가 예양이 다시 도둑질로 거짓죄인이 되어 죄수복을 입고 궁중을 수리하는 일을 하면서 기회를 엿보았습니다. 조양자는 이번에도 이상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틀림없이 예양일 거라며 잡아서 조사해보니 과연 예양이었습니다. 괘씸하게 생각한 조양자는 불쾌한 기색을 하며 물었습니다.

“그대는 처음에 중항씨(中行氏)를 섬겼지 않았는가? 지백이 그 중항을 죽였을 때는 그를 위해 원수를 갚겠다고 나서지 않고, 도리어 지백에게 달려가 그를 섬겼지 않았느냐? 그런데 지금 내가 지백을 죽이자, 그대는 몸에 옻칠을 해서 몸을 망그러뜨리고 벌건 숯을 먹어 목소리까지 바꾸면서 나를 죽이려고 덤비니 앞선 행동과 다르지 않은가?”

조양자의 꾸짖음에 예양은 “중항씨는 나를 보통사람으로 대하며 먹여주었소. 그 때문에 나도 그를 보통사람처럼 섬겼던 거요. 그러나 지백은 조정의 선비로 나를 대우해 주었기 때문에 나도 조정의 선비 자격으로 그에게 쓰이는 것이오!” 라면서 역사에 길이 남은 말을 합니다.

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죽고, 여자는 자기를 기쁘게 해주는 사람을 위해 얼굴을 가꾼다.(士爲知己者死女爲知己者容)

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죽는다는 예양의 말에 조양자는 크게 감탄하면서 말합니다. “이것이 바로 의(義)가 아니겠는가? 그대는 장사로다.” 그리고는 스스로 수레 곳간에 들어가 사흘 동안 물이나 음식을 입에 대지 않은 채 예양의 의로움에 예를 표했고, 예양이 그것을 알고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맙니다. 유향(劉向)이 지은 「설원(說苑)」에 나오는 이야기인데, 사마천의 「사기열전」에 나오는 이야기하고는 크게 다릅니다.

김용웅 전주대학교 씨름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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