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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랏차’ 인생뒤집기 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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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랏차’ 인생뒤집기 한판
  • 고영승 기자
  • 승인 2015.08.23 16: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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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처한 현실에서 씨름은 유일한 희망입니다”

전북도민체전이 끝난 지난 5월말, 길을 걷던 한 중년의 남성은 길가에 걸려 있던 현수막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현수막에는 ‘임실군 씨름단 전북도민체전 우승 강사 김학연’이라고 커다란 글씨로 채워져 있었다.

지난 21일 임실군종합경기장 씨름연습장에서 만난 김학연(46)씨는 “구김 없이 팽팽하게 걸려있는 현수막처럼 생전 처음 당당히 이름을 내세울 수 있다는 기쁨과 그 동안 말로 표현할 수 없었던 아픔과 설움이 함께 밀려왔다”며 당시 느꼈던 감동을 이야기 했다.

경찰공무원이라는 꿈이 깨져 청년시절을 원망과 좌절로 보냈다.

김씨는 “군에서 제대한지 얼마 되지 않아 동내 후배가 경찰에 붙잡힌 것을 보고 당시 ‘의리’를 지킨다는 어린 생각에 하지 말아야 할 짓을 했다”며 “후회를 많이 했지만 이미 전과자라는 낙인이 찍혀 공무원의 꿈을 접어야 했다”고 밝혔다.

이후에도 몇 차례 경찰서를 들락거렸지만 결혼을 한 뒤 마음을 다잡았다.

그는 “책임져야 할 가족이 생겨 열심히 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가정불화로 결국 또 잘못을 저질러 모든 것을 잃었다”며 “의지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결국 술에 빠져 지냈다”고 말했다.

그러나 2012년 임실경찰서 박동식(44) 경사를 만나 ‘씨름’을 제대로 시작하면서 ‘자랑스러운 아빠’가 될 수 있었다. 마을 어르신들에게 등 떠밀려 출전한 춘향제 씨름대회에서 당시 남원경찰서 덕과파출소에 근무하던 박 경사를 만났다.

김씨는 “씨름대회가 끝나고 박 경사, 김종석 경사와 함께 씨름 기술을 배우기 위해 동호회를 만들었다”며 “씨름으로 유명한 전주의 중·고등학교에 찾아가는 등 동호회 활동을 열심히 했으나 당시 박 경사가 연습하다가 부상을 입어 주춤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다가 지난해 11월 박 경사가 임실경찰서로 오게 되어 본격적으로 다시 활동을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이 만든 ‘임실씨름단’은 지난 5월에 열린 전북도민체전에 출전해 우승을 차지했다. 또 지난 14일 전주 덕진공원에서 열린 2015 대통령배 씨름왕 전북 선발대회에서 종합 3위를 기록했다. 또 이들의 노력으로 오는 9월 21일 임실전통시장에서 전국씨름연합회가 주최하는 씨름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김학연씨는 “도민체전에서 우승해 현수막이 임실 곳곳에 걸려 아이들이 아빠에 대해 자긍심을 가지게 됐다”며 “또 동네 어르신들도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며 칭찬하는 등 씨름을 통해 아이들에게 진짜 아빠가 된 기분이다”고 말했다. 이어 “술 마시고 나약한 모습만 보이던 아빠가 씨름을 통해 서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나이를 떠나 계속 운동을 하고 싶다”며 “지난 3년간 선수가 없어 대회에 참석 못할 정도로 불모지인 임실에 정식 선수단을 만들어 삶의 행복을 알려준 ‘씨름’을 전파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임실씨름단’은 김학연씨와 박동식 경사 등 회원 17명이 임실종합경기장 야외씨름장에 모여 매주 연습을 하고 있다./최홍욱 고영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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