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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간 헌신과 봉사의 삶을 살아온 ‘의사 부부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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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간 헌신과 봉사의 삶을 살아온 ‘의사 부부의 이야기’
  • 윤동길 기자
  • 승인 2014.11.24 1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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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 왕궁 한센인 정착농원에서 28년간 인술을 실천해온 김신기·심신실 의사부부

- 남들이 가지 않은 힘들길었지만, 스스로 성공하고 행복한 인생, 남은인생 그곳에서
- 25일 한센인 치료를 위해 헌신한 공로를 인정받아 제26회 아산상 수상(의료봉사)



 

‘나는 인종, 종교, 국적, 정당정파, 사회적 지위여하를 초월해 오직 환자에게 대한 나의 의무를 지키겠다’ 의사들이라면 한번쯤은 가슴에 새겼을 의료윤리서인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일부 내용이다. 28년간 한센인들과 함께하면서 돈을 벌기 위한 의술보다는 인술(仁術) 펼쳐온 김신기(85)·손신실(79) 의사부부는 히포크라테스 선언문을 뛰어 넘은 헌신과 봉사, 그리고 세상을 편견 없이 바라보는 삶이었다. 


김신기·손신실 의사부부는 1986년 전북 익산시 왕궁면 소재의 한센인 정착 농원에 한일기독의원(현 삼산의원) 원장을 맡아 현재까지 28년간 한센인들을 치료하고 있다. 한센인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달라졌지만 이 곳에서 병원은 아직도 삼산의원이 유일하다.

삼산의원의 전신인 한일기독의원은 일반병원에서 문전박대 당하는 한센인들을 위해 1981년 개원했다. 하지만 열악한 환경과 한센인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 탓에 의사들이 근무를 꺼렸고, 오더라도 2년을 채우지 못하고 그만두곤 했다. 이들 부부의사는 28년간 그곳을 지키고 있다.

김신기 원장이 한센인들을 위한 삶을 사는데 아버지의 영향이 매우 컸다. 김 원장의 부친 3?1운동이 일어나자 익산에 독립선언서를 전달한 독립유공자다. 1921년 세브란스의학전문학교를 졸업하고 다음해 익산에 삼산의원을 세우기도 했다.

김 원장은 1952년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전주예수병원 일반외과 수련의를 거쳐 1961년 익산에 부친의 병원 이름을 딴 삼산의원을 개원했다. 그는 수련의 시절부터 여수에 있는 한센인 생활시설인 예향원에서 5개월 동안 봉사했고, 그 인연이 현재의 삶을 만들었다.

부인인 손신실 원장은 전남 목포에서 3남 3녀의 장녀로 태어났다. 1958년 전남대 의대를 졸업했고, 1957년 의대 졸업반 여름방학 때 집안 소개로 김신기 원장을 만나 1958년 부부의 연을 맺었다.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사회적으로 각광받는 의사부부였지만, 그들은 어떤 이유였는지 늘 가슴한구석의 공허함을 달래지 못했다고 한다. 장성한 두 아들이 독립했을 무렵, 부부는 평소 봉사활동을 하면서 알게 된 익산시 왕궁면 한센인 마을에서 여생을 보내기로 했다.

주변의 만류도 컸지만, 김 원장은 “의사이자 독립유공자였던 아버지의 삶을 보면서 죽을 때까지 돈만 벌고 세상에 베풀지 않으면 그것이 곧 죄라고 생각했고, 환갑이 넘으면 봉사하며 살자고 아내와 약속했었다”고 회고했다.

김 원장은 주로 한일기독의원에서 환자를 봤고, 부인인 손 원장은 농장 안에 있는 양로원에서 환자를 보살피면서 하루 평균 60여명을 진료했다. 이들 부부는 한센인의 삶 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상처받은 마음까지 어루만지려고 애썼다.

생계가 어려운 마을 노인을 위해 양로원 운영에 보태줬고, 봉사단체에서 후원을 받아 한센인을 위해 태양열시스템을 갖춘 공동목욕탕을 건립했다. 한국전력공사에서 받은 상금으로 마을회관에 심야전기보일러를 설치해주며 하나의 공동체 구성원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안정적이고 손쉬운 길을 마다하면서 제2의 인생을 한센인 정착원에서 시작한 이들 부부에게도 위기는 찾아왔다. 김 원장은 7년 전 대장암과 심장판막증, 심근경색증을 앓아 진료를 쉴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세 차례 수술을 받고 건강을 회복해 2년 뒤 그의 삶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투병과 치료를 위해 2년간 부부가 비운 시간은 한센인들에게 매우 컸다. 한센인 환자를 돌보려는 의사가 없어 한일기독의원은 폐원된 상태였다.

 
김 원장 부부는 이때부터 한일기독의원 건물을 임대해 부친과 부부가 운영했던 삼산의원 간판을 다시 내걸고 진료를 시작했다. 부부는 벌써부터 고민하고 있다. 고령인 탓에 뒤를 이어 한센인을 돌봐줄 의사가 필요하지만 한센인에 대한 편견은 20여 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힘든 길이지만, 누군가는 걸어야 할 길을 걸어온 김신기 원장은 자신의 삶은 성공한 인생이라고 스스로 말한다. 남은 인생을 한센인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김 원장은 “내 삶은 성공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남을 도왔으니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지난 28년간의 헌신적이면서 스스로 행복한 삶을 살아왔다는 김신기·손신실 의사부부는 공로를 인정받아 사회복지분야의 국내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제26회 아산상 의료봉사상’ 수상자로 확정돼 25일 아산생명과학연구원 강당에서 시상식을 갖는다.
윤동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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