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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에서 뺨맞고 애먼 교육감 직선제에 화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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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에서 뺨맞고 애먼 교육감 직선제에 화풀이?
  • 전민일보
  • 승인 2014.06.17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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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선 이리백제초등학교 교사

 
우리나라에는 크게 보아 두 개의 중심 교원 단체가 있다. 사단법인으로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최대 회원 수를 자랑하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 그리고 교원노조로서 25년의 역사를 가지고 참교육을 주장해 온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

무상급식 반대, 학생인권조례 반대, 특성화고 유지 확대 등을 주장하며 주로 보수적인 목소리를 대변해오던 교총과, 입시제도 개선, 교육복지확대, 인권교육 강화, 평등교육, 공교육 정상화 등 주로 진보적인 목소리를 대변해왔던 전교조.

이들 두 단체는 주요 교육현안에 대해 서로 상반된 목소리를 내는 게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교총이 아주 센 걸 들고 나왔다. 교육감 직선제가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기 때문에 “교육감직선제 폐지 활동”을 전개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오비이락일까? 새누리당에서도 마치 짠 것처럼 교총의 주장에 화답하여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새누리당이야 정당이고 국민들의 기대와 전혀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게 새삼스럽지는 않아서 굳이 논쟁하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교사집단인 교총이 과거에 어떤 목소리를 내왔고 교육계의 기득권을 어떻게 유지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는 교사들로서는 교총의 저런 목소리가 적잖이 당황스럽다.

느닷없이 왜? 그것도 교육감선거 성적표를 받아들자 마자? 더욱 갸우뚱 한 것은 이승우 전북교총회장을 비롯하여 안양옥 교총회장도 교육감에 출마했거나 출마를 저울질 했었다는 것이고, 지난 2000년대 초부터 “교육감직선제 쟁취 운동”을 아주 열심히 하고 2006년 법이 개정되자 “한국교총이 일관되게 주장해 온대로 교육감 선거가 주민 직선으로 바뀌었다. 이것은 시대의 변화와 주민의 선출권 보장을 통한 교육 참여라는 원칙에 상응하는 것”이라고 격한 환영을 표하기도 했던 교총이었다.

심지어 작년에는 시군단위 교육장도 직선으로 뽑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던 그런 교총이었는데 말이다. 더 재미있는 건 교총에서는 지난 3월에 선거에 나설 보수교육감 후보 등을 대상으로 교육정책전문가과정이란 유료 강좌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다. 이 강좌에서는 교육감 후보 등 70여 명을 대상으로 직선제에 따른 선거 유세방법 등을 가르치기까지 했다.

그런 교총이 느닷없이 “교육감직선제 폐지 활동”을 전개한다고? 당황스럽다 못해 기가 찰 노릇이다. 이런 모습을 우린 학교에서 ‘이율배반’이라고 가르친다.

만일 이번 지방교육자치선거에서 자신들이 지지하는 보수교육감들이 대거 당선되었어도 저런 소리를 했을까 하는 합리적 의심을 해본다.

펼쳐진 밥상이 맘에 안드니 누구도 못 먹게 밥상을 엎어버리겠다는 심보인가? 아무리 곱씹어도 선거에서 뺨맞고 직선제에 화풀이하는 꼴로 밖에 안보인다.

이번 교육감 선거 시기에 고등학생들은 “교육의 당사자인 자신들에게도 교육감 투표권을 달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교육을 고민하는 사람들이라면 이런 학생들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고 토론을 통해 실현가능성을 검토해보는 자세를 가지는게 더 교육적이지 않을까?

좋다. 백번 양보해서 만일 교총이 전교어린이회장이나 학생회장, 학급반장도 직선제를 폐지하고 임명제로 전환하자고 주장한다면, 최소한 일관성이라도 있어보여 나는 그들의 진정성을 믿어볼 요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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