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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필요한 반복
  • 전민일보
  • 승인 2014.01.09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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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록 농촌지도사

 ‘싸이월드와 페이스북의 차이는 무엇일까’ 분명 먼저 나온 것은 페이스북이 아닌 싸이월드였다.

하지만 지금 누구도 싸이월드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페이스북이 있기 때문에.   

 조금 다른 방면에서 얘기해보자. 기축통화(基軸通貨)는 패권국의 전리품이다. 유로(euro), 엔(yen) 그리고 최근 위안(元)화 까지 달러에 도전하고 있지만 기축통화는 여전히 달러(dollar)다.

 달러의 운명은 미국 패권의 변화와 그 운명을 같이 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스페인이 패권국의 지위에 있던 16세기 세계의 통화는 무엇이었을까. 답은 은(銀)이다. 스페인은 식민지 남미의 광산에서 막대한 은을 채굴함으로써 패권국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고 그 자리를 유지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런 스페인에게 도전장을 내밀만한 나라가 등장하는데 바로 일본이다. 

 일본은 어떻게 스페인과 필적할 만한 은 보유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일까.

 그 비밀의 답은 조선에 있다. 1503년인 [연산군일기(燕山君日記)] 9년 5월 18일자 기사에 다음과 같은 기록이 보인다.

 “양인(良人) 김감불(金甘佛)과 장례원(掌隷院) 종 김검동(金儉同)이, 납[鉛鐵]으로 은(銀)을 불리어 바치며 아뢰기를, ‘납 한 근으로 은 두 돈을 불릴 수 있는데, 납은 우리나라에서 나는 것이니, 은을 넉넉히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불리는 법은 무쇠 화로나 남비 안에 매운재를 둘러놓고 납을 조각조각 끊어서 그 안에 채운 다음 깨어진 질그릇으로 사방을 덮고, 숯을 위아래로 피워 녹입니다.’하니, 전교하기를, ‘시험해 보라.’하였다.”

 바로 ‘연은분리법(鉛銀分離法)’의 발견이다. 불행한 것은, 정작 조선은 이 기술이 얼마나 획기적이고 중대한 발견인지를 몰랐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과 함께 우리에게 또 하나의 아픈 질문을 던진다.

 금속인쇄술이 인류문명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은 혁명적인 정보화의 달성수단 이라는 데 있다. 고려의 금속인쇄술이 박제된 천재의 성과물이었다면, 구텐베르크(Johannes Gutenberg) 성서는 유럽세계에 혁명적인 변화를 기층에서부터 가져오게 된다. 세계인들이 왜 구텐베르크 성서를 더 높게 평가하는지 우리가 돌아볼 부분이다. 회취법(灰吹法)이라고도 불린 이 새로운 은 제련법도 마찬가지다.

 조선은 세계사의 변혁을 이룰 만한 중대한 성과물을 창출했지만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어떻게 활용해야 되는지에 대해선 무지했고 고민하지도 않았다.

 조선에서 외면당한 이 기술은 조선을 드나들던 일본 상인에 의해 곧 일본으로 유출된다.

조선은 이 기술의 유출이 어떻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지 몰랐을 것이다. 좀 가혹하게 얘기한다면 이후 조선과 일본의 운명은 천양지차로 벌어지게 된다. 구한말 ‘흥선대원군의 쇄국정책만 아니었다면’ 이라는 가정이 얼마나 순진한 것인 지를 실증적으로 보여줄 만큼.

 당시 일본의 은 재련기술은 채굴한 은광석을 쌓아놓고 닷새 이상 나무를 때서 가열한 뒤, 산화되고 남은 재에서 은을 추출하는 수준으로 비용에 비해 경제성이 형편없었다. 

 그런데 신기술 도입을 통해 1530년대 이후 일본의 은 생산량은 비약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그 결과 은광 개발 붐이 일어나고 부국강병을 위한 재원 마련에 고심하던 다이묘(大名)들은 은광산 개발에 열중한다. 결국 일본은 16세기 중반 스페인이 개발한 남미 지역의 은 생산량에 버금가는 ‘은의 나라’로 등장한다. 그리고 17세기 초가 되면 전 세계 은 생산량의 4분의 1 이상을 일본산이 차지하게 된다. ‘세계의 화폐’인 은이 넘쳐나던 일본은 이때 이미 세계적인 부국의 대열에 들어서게 된 것이다. 일본은 막대한 은을 가지고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과 교역에 나서게 된다. 그중에는 임진왜란 당시 조선침공의 선두무기가 된 뎃포(鐵砲)도 있다.

 바로 조총이다. 우리는 왜 김검동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무지했을까. 그가 종[奴]이어서..

 역사를 통해 배우지 못하면 그 역사는 또 다시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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