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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불황에 온정도 소비도 움츠러만 가는데 성급한 한파 원망스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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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불황에 온정도 소비도 움츠러만 가는데 성급한 한파 원망스러워
  • 최승우
  • 승인 2006.11.12 1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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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두려운 작은 이웃들-<1>전주 중화산동 붕어빵 장수

‘소설’보다 일찍 찾아온 첫 눈과 산야를 붉게 물들이고 있는 단풍이 우리네 작은 이웃들에게는 걱정과 근심의 상징으로 퇴색하고 있다.
경기한파와 사회양극화에 떠밀려 세상 밖 어두운 그늘에서 고통 받는 그들에게 겨울은 곧 고난과 시련의 계절이다.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손돌바람이 한 겨울 칼바람보다 더 매섭지만 그보다 ‘무관심’이라는 한파와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작은 이웃들.
겨울, 마음 속 호수마저 단단히 얼어붙은 그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겨울 되면 돈 많이 벌겠다고 그러는데 그게 모르는 사람들이나 그런 소리하는 거야, 날씨가 추워지면 사람들이 밖에 안 돌아다니니까 장사가 안 돼지."

전주시 중화산동에서 붕어빵과 어묵을 팔고 있는 한미순(47`가명)씨.
한씨에게 갑자기 불어오는 쌀쌀한 바람은 한겨울 칼바람만 같다.

추위를 느끼지 않을 정도의 선선한 날씨가 한두 달 정도는 유지돼야 겨울나기가 가능하지만 올해의 경우 1~2주 사이에 기온이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니까 손님들 발길이 뚝 끊겨버렸어, 한 2주일 전까지만 해도 그럭저럭 장사가 괜찮았는데."
혹시나 손님이 찾아올까 싶어 주위를 둘러보지만 한씨의 노점 앞을 지나는 사람들은 없었다.

간혹 직장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시민들이 하나 둘 지나갔지만 한씨의 노점에는 눈길을 주지 않았다.
30여분이 지났지만 한씨는 단 한 개의 붕어빵도 팔지 못했다.

뜨거운 국물에 담겨져 있던 어묵들도 불어터져 4~5개는 꼬치가 빠져버렸다.
한씨는 "예전에는 학교나 학원을 마치고 나온 학생들이 제법 물건을 팔아줬지만 요즘은 부모들이 차로 데리러 오기 때문에 학생손님들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근에 위치한 학원건물 앞에는 자녀들을 태우러 온 학부모들의 차량이 줄을 이었다.
한씨는 학원공부를 마치고 부모들의 차에 올라타는 학생들의 뒷모습을 한참동안 물끄러미 바라봤다.
한씨의 한숨이 깊어질 무렵 한 남학생이 노점 안으로 들어와 붕어빵 2개를 집어 들고 500원짜리 동전을 내밀었다.
"고마워 학생, 조심히 들어가요."

잠시 입가에 미소가 감돌던 한씨의 얼굴에 다시 그늘이 졌다.
"우리 아들도 내후년에 대학 보내려면 돈 많이 벌어야 하는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냐, 이렇게 장사해서는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데."

추워진 날씨 탓인지 요즘 한씨의 매출은 3만원을 넘기기 힘들다.
1000원을 받고 붕어빵 4개를 팔면 한씨에게 남는 돈은 고작 500~600원. 한씨의 인건비를 계산하면 하루매출이 최소 6~7만원이 나와야 하지만 장사는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이처럼 노점에 부는 찬바람은 한씨의 가게뿐만 아니라 다른 노점상에게도 마찬가지지만 길거리의 노점은 오히려 갈수록 늘고 있다.

"경기가 어려워서 그런지 해가 갈수록 노점상이 하나 둘씩 늘어, 요즘은 버스정류장 말고도 여기저기 사람 좀 다닌다 싶으면 붕어빵장사 한 둘은 다 있잖아."

인건비조차 건지기 힘든 실정이지만 당장 장사를 그만 둘 수도 없다.
고등학생인 큰 아들과 중학교에 다니는 딸의 학비와 생활비를 벌어야 하기 때문이다.
"요즘 같은 때면 어디 가서 막일이라도 하고 싶은데 일자리가 없어서 그것도 마음대로 안 돼, 게다가 나이도 많아서 거절당하기 십상이고."

한씨는 식어가는 붕어빵을 보온 틀에 올려놓으며 또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최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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