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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귀향청년의 값진 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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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귀향청년의 값진 효
  • 최승우
  • 승인 2006.10.22 1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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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속으로-신 귀거래사
-10여년 전부터 해마다 효도관광 실천
-사재모아 비용마련... 부족땐 막노동도
-올핸 150여분 모시고 경남 하동 나들이




“부모님과 같은 어르신들이 계시기에 저희가 다시 돌아올 고향이라는 것이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 분들을 믿고 의지하면서 살고 싶네요.” 

수려한 자연풍광을 품에 안은 운장산으로 유명한 진안군 정천면에는 그 풍경만큼이나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진 청년(?)들이 있다.

김상기(50)씨와, 김종재(50), 엄귀성(49), 김종량(48), 고명수(42)씨로 이뤄진 5인방.
각자 가든과 식당, 중국집을 운영하는 이들은 겉보기에는 40~50대 중년의 나이지만 이 곳, 정천면에서는 손에 꼽기 드물게 젊은 청년들이다.

10년 전부터 마을 어르신들의 효도관광을 위해 1인당 매월 10만원씩 경비를 모으고 있는 이들은 부모님의 은혜에 보답하기라도 하듯 해마다 경상도와 강원도의 특색 있는 관광지를 찾아다니고 있다.

“평생을 고향을 지키며 사시느라 타지에 나가는 일이 드문 분들이기에 ‘여행’을 가장 좋아하시더군요, 그래서 가까운 곳이라도 어르신들이 좋아하시는 온천이나 특색 있는 지역을 찾게 됐어요.”

이 같은 ‘어르신 사랑’은 이들이 힘들었던 젊은 날들을 겪어오면서 마음 속 한 구석에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짧게는 십 수 년에서 길게는 20~30여 년 동안 객지에 나가 ‘금의환향’을 꿈꾸며 온갖 고생을 했던 그들.

비록 ‘대성’은 아닐지라도 불혹의 나이가 다된 뒤에 다시 찾아온 고향은 어릴 적 그들이 보았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내가 14살 되던 해였으니까 36년 전이네요, 그땐 집을 벗어나면 큰돈을 만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허허허.”
맏형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김상기 씨는 어릴 적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며 말문을 열었다.

“우리 후배들도 다들 마찬가지겠지만 객지 나가서 겪었던 고생들은 말로 다 표현 못해요, 그 어린나이에 혈혈단신으로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이...  보통 일은 아니죠.”

그렇게 세상과 싸워가며 살아온 이들에게 어느 덧 불혹의 나이는 곧 고향의 그리움으로 다가왔다.
“마흔 줄에 다가오니까 ‘이제 고생 그만하고 고향으로 돌아갈까’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김씨는 11년 전 고향으로 돌아오던 당시를 생각하며 “어렸을 때 꾸지람도 하시고 귀여워 해주셨던 분들이 연세 지긋한 어르신들이 된 모습을 보고 기쁘면서도 죄송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심전심’이라던가, 어렸을 적부터 친구처럼 형제처럼 지내온 이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모두 고향을 찾아 돌아왔다.
‘요식업’이라는 공통분야로 다시 뭉친 이들은 부모님과 같은 어르신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했고, 이들의 효도관광은 10년째 이어지고 있다.

또 올해는 마을 어르신 뿐 아니라 정천면에 거주하고 있는 150분의 효도관광을 준비했다.
여행경비가 큰 문제로 떠올랐지만 막일을 해서 충당키로 결정했다.

지자체에서 매년 실시하고 있는 국도변 잡초제거에 지원, 지난해에 이어 올해 6월과 지난 추석에 관내 국도를 따라 풀을 제거하며 여비를 충당했다.

김씨는 “농촌지역의 식당은 여름휴가철을 제외하면 거의 수입이 없다”며 “여비마련에 고심 하던 중 풀베기 작업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지원했다”고 말했다.

땡볕아래 이들이 흘린 땀의 보람은 지난 19일 정천면 노인효도관광으로 결실을 맺었다.
경상남도 하동의 쌍계사를 거쳐 하동의 명물인 ‘참게탕’으로 점심식사를 마친 뒤 화개장터와 지리산 온천으로 이어지는 여행이었다.

정천면 상항마을에 사는 고택호(74)씨는 “마을 곳곳을 누비며 말썽을 피웠던 녀석들이 언제 이렇게 자라서 우리를 호강시켜주는지, 너무 고맙다”며 “고향을 잊지 않고 찾아온 것도 뿌듯한데 노인네들 관광시키느라 고생시켜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웃 주민인 이용우(76)씨도 “요즘 같은 때 보기 드문 젊은이들”이라며 “역시 우리 마을에서 자란 사람들이라 예의가 남다르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최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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