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첫날인 21일 오전에 찾은 완주군 봉동읍 원장구 마을.
널찍한 마당을 차지하고 있는 차량들과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아이들, 집집마다 흘러나오는 웃음소리는 여느 시골마을과 마찬가지로 추석 명절의 포근함과 정겨움을 연출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랜만의 가족과 친지들의 방문으로 즐거워야할 이곳 주민들의 얼굴에는 어딘지 모를 그늘이 서려 있었다.
고향에서 보내는 마지막 추석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최근 완주군에서 추진하고 있던 테크노벨리 조성사업이 제 속도를 내면서 주민들은 ‘내년 추석도 고향에서 보낼 수 있을까’라는 허전함과 불안함으로 추석을 맞이하고 있었다.
실제로 이날 오후 마을 모정에 모인 주민들은 명절에 대한 즐거움 보단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50년이 넘는 세월을 고향에서 농사를 지으며 4남매를 키운 유모씨(71).
유씨는 이번 추석이 평생을 살아온 고향에서의 마지막 추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씁쓸한 마음이 앞선다.
유씨는 “평생을 함께 한 고향이 없어진다는 사실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면서 “앞으로 고향을 떠나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25살에 시집와 40년 넘게 정모씨(70·여)도 “낯선 이곳으로 시집와 온갖 고생을 다했지만 마을 곳곳에 내 인생이 묻어 있다”며 “다시는 볼 수 없을 거란 생각을 하니 서운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게다가 완주군이 지난 15일 주민들에게 통보한 토지와 건물 등의 보상가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상태며, 이주대책문제에 대해서는 집단 시위까지 준비하고 있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임모씨(55)는 “평생을 살아온 고향땅을 헐값에 사려한다는 생각에 주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며 “특히 아직 결정되지 않고 있는 이주대책문제는 주민들 사이에 갈등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주대책 관련 문제 등으로 어수선한 분위기 때문에 이번 추석명절은 그 어느때보다 우울하고 답답하게 느껴진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임충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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