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5-04 10:22 (토)
단골식당의 메뉴
상태바
단골식당의 메뉴
  • 전민일보
  • 승인 2010.08.02 09: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요즘 나는 점심때만 되면 고민이다. 거의 2년을 단골로 다니던 식당 때문이다. 내 돈 내고 가는데 “안가면 되지.”하고 생각하지만 사람의 정이 그렇지만은 않은가 보다. 내가 며칠째 단골 식당이 아닌 다른 집에서 점심을 먹는 것은 갑자기 메뉴가 소홀해졌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웬만한 뷔페식당 못지않게 철따라 나오는 채소와 짬장, 생선구이,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퓨전 요리도 나오고 내가 좋아하는 곰탕과 계란말이, 국수, 낙지볶음과 돼지불고기도 올라왔었다. 후식으로는 꼭 식혜나 누룽지가 있고, 어느 때는 과일도 있었다. 소문이 나면서 인근에 있는 직장 사람들도 단골식당으로 모여 들었다.
 그런데 무슨 사연이 있었는지, 최근에는 시장에서 사다 놓은 듯 보이는 인스턴트식품과 깻잎, 고추장아찌, 어묵, 단무지 등 요리사의 정성이 들어가지 않은 반찬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식당의 수지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밥값을 더 올려 받기 시작했다. 속담에 “먹으면서 정 나고 음식 때문에 이 난다”고 했는데, 2년 동안 불만 한번 없이 다니던 식당에 발길이 주춤해지기 시작했다.
 이용하는 횟수가 줄어들면서 식당 주인과도 서먹서먹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식당사장은 참 좋은 분이셨다. 정이 많아 우리들이 부탁하는 것은 거의 다 들어주시는 한 식구 같은 분이다. 그래서 단체모임이 있을 때는 꼭 이 식당을 이용했고, 다른 지인들한테도 여러 번 소개해 준 일이 있다.
 식당의 메뉴가 갑자기 나빠진 것은 음식을 잘 하는 주방아줌마가 일을 그만 두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식당 사정일 뿐, 손님들은 조금이라도 더 잘 해주는 곳으로 가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래서인지 식당은 하루가 다르게 빈자리가 늘고, 점심때마다 만나는 낯익은 얼굴들도 많이 보이지 않았다. 이심전심이라고 할까? 사람의 입맛은 다 같은 모양이다. 이웃 식당에 갔더니 단골식당에서 만났던 사람들이 눈에 띄는 것이 아닌가.
 찬 공기가 따뜻한 쪽으로 이동하듯 손님들이 또 다른 식당으로 옮기고 있는 것을 알았다. 사장을 만나 조언이라도 해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고기를 모이게 하려면 깊은 물이 있어야 하고, 새들을 모이게 하려면 울창한 숲이 있어야 한다.”는 원리를 말해주고 싶었다.
 물이 있어야 고기가 모이고 숲이 있어야 새가 모이는 이치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숲은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다. 묘목을 심고 거름을 주고 철따라 가지치기를 해줘야 좋은 나무로 자라는 것이다. 그만큼 정성과 물질적 투자를 해야 새와 짐승이 머물 수 있는 숲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식당도 마찬가지다. 숲이 식단이라면 나무는 반찬이고 손님은 새와 같다. 나무하나 하나가 건실하고 잘 자라야 숲이 울창해지듯 반찬 하나하나에 정성이 들어가고, 맛스럽고 영양가 있어야 좋은 식단이 되는 것이리라.
오늘은 사장도 만날 겸해서 단골식당으로 갔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며칠 발걸음을 끊은 사이 사람이 많아지고 전에 보던 인스턴트식품 대신 정성스럽게 요리한 음식들이 즐비하게 놓여있는 것이 아닌가. 봄기운 돋우는 냉이무침과 튀김들, 요즘 채소 값이 금값이라는데 굴이 들어간 치커리겉절이, 과일샐러드, 후식으로 식혜까지 준비돼 있었다. 또한 사장은 우리들 식탁을 보더니 치커리겉절이를 한 접시 더 가져다주는 것이 아닌가. 일주일 사이에 많이 변했다. 알고 보니 그동안은 새 직원을 구하지 못해 반찬거리를 시장에서 구입해 썼다고 했다. 식단은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덕분에 모처럼 진수성찬으로 점심을 먹었다.
 요즘은 식당에서도 부익부 빈익빈의 현상을 많이 본다. 점심 한 끼 먹는데도 줄을 서야하는 식당이 있는가 하면 제법 큰 식당인데도 파리만 날리고 있는 곳이 있다. 손님이 없는 식당은 숲과 새의 이치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이익이 적고 손해를 본다 해서 그대로 방치해 둔다면 결코 손님은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좋은 숲을 만드는 일부터 시작해야할 일이다.          

백봉기 / 전북예총 사무처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기미잡티레이저 대신 집에서 장희빈미안법으로 얼굴 잡티제거?
  • 군산 나포중 총동창회 화합 한마당 체육대회 성황
  • 대한행정사회, 유사직역 통폐합주장에 반박 성명 발표
  • 이수민, 군산새만금국제마라톤 여자부 풀코스 3연패 도전
  • 전주국제영화제 ‘전주포럼 2024: 생존을 넘어 번영으로’
  • 만원의 행복! 전북투어버스 타고 누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