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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특수 교육 혜택 넓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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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특수 교육 혜택 넓혀라"
  • 소장환
  • 승인 2006.09.10 1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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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속으로-전북장애인교육권연대 천막농성
-시설 맡기려면 부모 아동포기각서까지
-중증장애아 돌볼 교사-예산없다며 거절
-불편함 몸으로 통학시간 1시간 이상 예사



초리엄마 김정숙(41·사진)씨가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천막을 치고 컵라면으로 허기를 채우면서 농성을 시작한 지 열흘째.
다른 사람 앞에 나서는 것에 결코 익숙하지 않은 주부인 김씨가 전북장애인교육권연대 공동대표가 돼 농성에 나서게 된 것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딸 오초리(16·은화학교 중학부 3학년)양 때문이다.

1991년 10월 5일 태어난 둘째 딸 초리. 아기를 품에 안은 엄마 느낌에 초리는 첫째 아이와 달리 젖을 빠는 힘이 약하기만 했다. 1개월이 지나도 전혀 고개를 가누지 못하고 힘이 없어 보이는 초리를 데리고 병원을 찾은 김씨에게 의사는 처음에 “아무 문제없다”고 했다. 그때가 초리가 태어난 지 2개월 무렵.

하지만 울음을 그치지 않는 초리가 어딘가 이상하다고 느낀 김씨는 병원을 계속 찾아가 체계적인 뇌검사를 받았고, 생후 4개월의 초리는 ‘뇌수종’판정을 받았다.

이후 초리는 생후 6개월과 12개월 무렵, 첫돌이 되기도 전에 뇌수술을 두 번이나 받아야 했다. 그리고 초리에게는 신체지체 2급, 정신지체 2급이라는 중복장애가 남겨졌다.
엄마의 극진한 보살핌 속에 초리는 어느덧 열여섯 살이 됐지만, 여전히 두 살짜리 지능수준에 머물러 대소변도 가리지 못한다.

김씨는 “초리가 자신의 의사표현도 제대로 못하지만 노래는 곧잘 하는 게 너무 기특하다”면서 끝내 눈물을 보이고 만다.
하지만 김씨는 “좌절하고만 있을 수 없다”면서 “엄마가 초리와 영원히 함께 할 수는 없겠지만, 부모가 곁에 없더라도 초리가 생활할 수 있는 평생교육재활 시스템을 꼭 만들어주고 싶다”는 굳은 의지를 밝힌다.

아침 8시20분에 초리를 학교에 보내고, 8시40분에 천막농성장에 와 주변을 정리하면서 밤샘을 한 사람들의 아침을 챙기고, 집회를 하고, 컵라면으로 늦은 점심을 때우면 다시 구호를 외치고…. 지난 열흘 동안 김씨의 하루일과는 이렇게 반복되고 있다.

밤샘농성을 하는 엄마들을 힘겨움을 덜어주기 위해 농성 7일째부터는 아빠들이 직장을 마치고 돌아와 농성장의 차가운 바닥에 머리를 눕히고 있다.

“특수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도 많지만 특수학교나 특수학급에 다니더라도 중등부 아이들이 2시~3시면 하교를 하기 때문에 맞벌이부부, 저소득 가정에서는 이중의 고통을 겪어야 하고, 결국 빈곤의 악순환이라는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고 말하는 김정숙씨.

김씨는 “국가나 자지단체에 이런 어려움을 호소하면 좋은 시설이 많은데 맡기라고 말하지만 그런 시설들은 아이들에게 치료보다는 가둬놓는 수준이고, 차상위계층 가정은 그 대상도 되지 못한다”며 “예를 들어 자폐아동을 시설에 맡기려면 부모가 ‘아동 신체포기각서’ 같은 것을 써야 된다”고 말한다.

김씨와 함께 농성장을 지키는 또 다른 어머니 이선호씨. 그녀는 이제는 열두 살이 된 아들을 학교에 보내기 위해 아홉 살 때부터 학교 문을 두드렸지만, 중증장애를 가진 아이들 돌볼 교사와 예산, 교육프로그램이 없다는 이유로 번번이 거절당했다.
아직까지는 장애아동보육 관련법이 12세까지는 치료교사가 배치돼 언어치료를 할 수 있는 장애전담 어린이집에 다닐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지만 내년이 되면 더 이상 갈 곳이 없다.

이선호씨는 “멀쩡한 아이들도 집 옆에 있는 학교를 다니는데, 이토록 몸이 불편한 아이들이 40분 이상 1시간 넘는 통학거리를 다니는 불편을 겪어야 하는 현실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소장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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