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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어머니가 싸우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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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어머니가 싸우면..
  • 전민일보
  • 승인 2009.06.24 08: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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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나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던 것 중 하나는, ‘아빠와 엄마가 싸우면 누구 편을 들겠냐’라는 삼촌들의 짓궂은 질문이었다. 묻는 사람 입장에서는 재미와 호기심이 전부였겠지만, 선택을 강요당하는 어린 내게는 솔직함과 선택의 문제를 각인 시켜 주는 출발점이 되었다.
 이제 더 이상 내게 그런 질문을 던지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위의 질문과 다르지 않은 선택을 강요당하는 경우는 여전히 존재함을 목격한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화교남매가 이런 얘길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우리는 한국에서 이방인이지만, 대만에서도 마찬가지다. 대만 학생들은 우리에게 한국과 대만이 축구를 하면 어디를 응원하는지 묻는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내용이 아닌가?
 미국, 일본, 중국을 비롯해 세계 도처에 나가있는 한국인 2,3세에게 우리 역시 똑 같은 질문을 던지지 않았던가?
 우리가 기대하는 답과 대만의 학생들이 한국출신 화교에게 기대했던 답이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가 던지는 질문은 적절한 것일까?
 사람과 사회의 관계 속에서, 우선순위와 선택의 문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과 양상은 개인적인 영역에 존재해야 한다.
 현재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풀기 힘든 매듭의 상당 부분은, 적절하지 않은 질문에 대한 각자의 기대치를 강요함에 있다.
 물속에 빠진 아버지와 아들 가운데 누굴 먼저 구할 것인가라는 식의 질문을 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아버지를 먼저 구했다고 해서, 그 선택을 한 사람의 아들에 대한 사랑을 의심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가 과연 이성과 감성을 제대로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 할 수 있을 것인가?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한국계 미국인에게 한국과 미국이 전쟁하는 상황을 상정하고 우리 편이 되어 줄 것을 강요하는 질문과, 아버지와 어머니가 싸우면 누구편이 될 것인지 묻는 것은 차이는 존재하지만,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일제가 김구선생에게 걸어놓은 현상금이 현재의 화폐가치로 환산 했을 때, 미국이 오사마 빈 라덴을 잡기위해 내건 액수보다 많았던 시대에 가능했을 질문은 현재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우리에겐 맞지 않다.
 아직까지도 우리 의식에 내재하는 약소국콤플렉스가 있다면, 이제는 벗어버릴 정도의 대한민국이 아닌가?
 한국과 경기하는 상대국가에서 나고 자란 재외동포가 있다면, 그들에게 어디를 응원하는지 묻는 질문보다는 서로의 선수들에 대한 격려를 보여줄 수 있는 기품 있는 한국인이 되어보면 어떠한가?
 그가 자신이 태어난 국가를 응원한다고 해서, ‘영혼의 본향’이 한국이라는 사실을 잊지는 않으리라. 그리고, 그들이 그런 사고를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은 우리의 몫이 될 것이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싸울 때 어쩔 수 없이 어머니편을 들었던 아들일지라도 그 대상이 어머니 이외의 사람일때 그는 자신이 아버지의 아들임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아니, 어머니의 편을 들고 있는 그 순간까지도..

장상록 / 완주농기센타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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