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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좋아 산에 오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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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좋아 산에 오르고
  • 전민일보
  • 승인 2009.06.18 0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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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거짓이 없고 정직하다. 
힐러리 경은 왜 산에 오르느냐고 물으니 산이 거기 있기에 오른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우리나라 산은 어느 산이고 아름답다. 산마다 특징이 있고 한고비 고약한 대목은 꼭 있다. 인간의 인내를 시험해 보려는 게 산이 아닌가 한다. 산은 절대로 얕보아서는 안 된다.

 아무리 작은 산이라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지킬 건 다 지켜야 하며, 서둘면 안 된다. 우리 일행은 승용차를 운전하는 친구와 여자 둘에 남자 둘 모두 다섯이 3년 전부터 호남의 크고 작은 산을 거의 다 올라 보았다. 일주일에 한두 번은 꼭 산행을 나갔다. 산은 어느 때나 좋지만 가을 산이 더욱 매력이 있고 감칠맛이 난다.

 덥지도 춥지도 않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정상에 올라서면 시야가 확 트여 가슴이 시원하고, 온 세상이 다 내 발아래 있어서 세상을 다 얻은 듯한 기분이 든다. 그렇게 좋아하는 산행에 문제가 생겼다.

  2007년 5월 14일 일행 중 한 사람이 빠진 채 무주 안성 칠연계곡 산행을 하기로 하고 아침 8시에 출발하여 칠연게곡 주차장에 도착하여 아름드리 소나무숲으로 들어섰다. 계곡의 물소리를 벗삼아 우리 네 사람은 오르기 시작하여 덕유산 정상 능선 쉼터에 12시가 넘어서야 도착했다.

 오늘 산행은 여기까지만 하기로 하고 가지고 간 먹을거리를 함께 내놓고 이슬이도 한 잔 하면서 맛있게 먹고 기쁜 마음으로 하산하는 길에 칠연폭포도 구경하고 디-카로 사진도 찍으며 오후 2시 30분쯤 주차장에 도착하였다.

 안성 외곽 큰 도로를 두고 구경삼아 안성읍내로 해서 구 도로를 타고 전주로 가자고 내가 제안했다. 그길로 안 갔으면 그처럼 엄청난 사고도 없었을지 모른다. 조금 좁은 1차선 정도의 길을 따라 약간 내리막길로 달리는데 오른쪽에 커브 가드레일이 끝나는 지점에서 왼쪽으로 커브를 돌아야 하는데 운전하는 친구가 커브를 돌지 못하고 곧바로 내려가는 순간, 나는 "어디로가?"라고 큰소리를 지른 뒤 나는 정신을 잃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15~20여m나 되는 낭떨어지로 차가 구르는 큰 사고였다. 차가 폐차된 큰 사고였다. 나는 안전띠를 매고 조수자리에 탔었다. 만약 안전띠를 매지 않았으면 나는 지금 이 세상 사람이 아닐는지도 모를 일이다.

 정신을 차려 눈을 떠보니 내 몸이 오른쪽 문 쪽에 기울어져있고 논의 어린 모가 보였다. 한 여자 친구는 벌써 차밖에 나가 쪼그리고 앉아있고, 운전한 친구는 머리를 앞으로 숙이고 있는데 이마에서 피가 흘렀다. 수건으로 친구 이마를 눌러 지혈을 시키고 정신을 바짝 차린 다음 차 밖으로 나갔다.

 내가 항상 산행을 안내하고 장소나 모든 걸 이끌어 왔는데 이런 큰 불상사가 생겼으니 모두 내 탓이고 꿈을 꾸는 것 같았다. 영화에서나 뉴스에서 보던 장면이 그대로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내가 직접 당하고 보니 숨막히는 순간이었다.

 다행이 일하던 농부가 신고를 빨리 하여 119 구급차가 앵앵 거리며 오는 소리가 들리니 이제 살았구나 싶었다. 조금만 뒤 들것에 실려 구급차에 옮겨져 전주 병원으로 달려가는데 등허리가 아파 견딜 수가 없었다. 병원에 도착하니 얼굴이나 외모로 보아서는 아무 상처도 없고 멀쩡한데 등뼈에 금이 가고 머리에 피가 고여 10주 이상의 진단이 나왔다. 여자 친구 하나는 방광 뼈가 나가고 또 다른 여자 친구는 어깨뼈와 팔이 부러져 10주 이상의 진단이 나오고, 운전한 친구도 10주 이상 나왔단다.

  그전 보호관찰소에서 컴퓨터를 배우면서 사귄 동네 친구들이 3년 이상 산행을 해왔기에 여자 친구들의 남편들과 만나 삭사도 한 사이다. 하지만 병원에서 만나보니 미안하기 짝이 없었다. 모두 10주 이상 큰 교통사고였지만 죽은 사람이 없으니 참으로 다행이었다.

 이 사고로 우리의 산행은 중단됐지만 지금도 가끔 만나 식사도 하며 그때 죽은 사람이 없어 천만다행이라면서 그때 이야길 한다. 다행이 그 차가 보험에 들어있어서 2년여 동안 보험치료로 다친 곳도 완치 되었다. 하지만 그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몸서리가 쳐진다.

 합의도 잘 이루어져 교통사고는 마무리됐으나 교통사고 후유증은 참으로 무섭다. 우리는 그 교통사고를 떠올리며 모두 교통사고를 당하지 않도록 조심하며 살고 있다. 산이 좋아도 산에 자주 오를 수 없어 아쉽기 짝이 없다. 천려일실(千慮一失)이라고나 할까?

행촌수필문학회 주간 / 이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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