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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은 자연의 한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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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은 자연의 한 조각
  • 전민일보
  • 승인 2009.06.09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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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는 부유한 명문귀족 가정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그는 불행스럽게도 2세에 모친을 잃고 8세에 부친과도 사별했다. 톨스토이는 친척에 의해 양육된 후 카잔대학에 입학했으나 중도에 자퇴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농민의 생활개선에 노력했으나 목적을 달성치는 못한다. 이후 서유럽을 여행 후 귀국하여 “세 죽음”, “가정의 행복”이라는 저서를 발표했다. 톨스토이는 다시 농민에 관심을 쏟아 농민의 자녀교육과 농민의 이익을 옹호 하는 저서 “카지카”를 발표했다. 고달픈 삶을 사는 농민들의 생활에서 오히려 신앙을 배워 하느님을 알게 되어 삶의 전기를 맞이한다. 이때 지난날의 삶을 뉘우치는 ‘참회록’을 썼고 진리가 무엇인지를 밝히는 인생론을 썼다. 그는 82세란 긴 생애 동안 90여권의 저서를 남겼다. 특히 그의 ‘인생론’은 죽음부분을 집중 해부한 작품이다. 그는 그 인생론에서 죽음에 대하여 이렇게 말하였다.
  “동물적 존재로서도 이성적 존재로서도 사람은 죽음을 두려워할 까닭이 없다. 죽음의 공포는 사람이 그 동물적 생존의 단절을 두려워하는 데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죽을 리가 만무하고 죽어서는 아니 될 어떤 것(영적생명)이 죽어가고 있다고 하는 것이 상상되기 때문이다. 죽음의 공포는 실은 죽음에 대한 공포가 아니라 그릇된 삶에 대한 공포다. 그 가장 좋은 증거로 들어야 할 것은 사람이 이따금 이러한 공포 때문에 자살을 한다는 사실이다. 생은 사멸할 수 없는 것이다. 생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것이다. 그러므로 죽음은 한갓 생의 형식을 바꾸어 놓을 수 있는데 지나지 않는다.” 톨스토이 인생론 27장 중략…….
  톨스토이는 나이가 들수록 가족이 누리는 편안한 삶과 자신이 원하는 삶, 즉 속세의 소유물로부터 해방되고 타인에 대한 봉사를 목적으로 하는 종교적 은둔생활 사이의 괴리를 더욱 고통스럽게 느꼈다고 알려졌다. 그는 자신의 위치로 인해 자신이 공연한 우스갯거리가 되었음을 깨닫는다. 가정 상황이 악화되자 그는 어느 날 밤, 몰래 집을 떠난다. 주치의와 막내 딸 알렉산드라만을 데리고 더욱 가까이서 신을 섬기며 조용히 살 수 있는 피난처를 찾아 나선다. 그러나 며칠 후인(1910년 11월 20일) 랴잔 역의 한 외딴 마을 아스타포보의 간이역에서 폐렴으로 최후의 삶을 마감한다.
  톨스토이는 죽음에 대한 명상에서 죽음이야말로 행복(?)한 것으로 정의된다. 죽음 앞에서 사랑은 모든 것을 치유한다고 했다. 죽어가는 사람에게 죽음은 행복이라고 했다. 그리고 죽음은 하나의 과정이라고 했다. 톨스토이는 죽음을 죽음으로 보지 않고 자연의 일부로 봤다. 그야말로 신 같은 생각이며, 위대한 삶을 살다 갔다.
  최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유언으로 남긴 “삶과 죽음은 자연의 한 조각”이라는 말이 적지 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삶의 경계를 넘어간 고인의 표표하고 아득한 심경이 스민 안타까운 말로, 또는 날 선 세상에 나직한 어조로 건네는 마지막 메시지로도 들린다. 
  생사일여(生死一如), 즉 삶과 죽음이 다르지 않다는 것은 불교의 기본 철학이다. 영원한 삶도, 영원한 죽음도 없다는 것이 달관, 해탈의 경지이며 불교의 진리다. 세상의 모든 현상(法ㆍ법)은 이치에 따라 생멸, 이합집산하면서 변화하기 때문에 삶과 죽음도 그런 궁극적인 흐름 속에서는 따로 구분할 수 없는 연속선상에 있다.
  따라서 본질적으로 모든 현상은 있는 것도 아니지만(非有), 그렇다고 없는 것도 아닌(非無), 즉 비유비무(非有非無)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논어에 “새는 죽음이 임박하면 그 울음소리가 슬프게 들리고, 사람이 임종 때 남기는 말은 착한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죽기 위해 부엉이 바위로 오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죽음 앞에서 얼마나 괴로웠을까. 가족들 생각은 얼마나 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인간 노무현. 마지막 순간, 하나 밖에 없는 몸을 30미터 절벽 아래로 내던졌을 때의 그 처절한 아픔과 죽음 맛은 어떠했을까.
  톨스토이 말대로 산다는 것은 죽는 것이다. 옳게 산다는 것은 옳게 죽는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옳게 죽기 위해서 우리는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삶과 죽음은 자연의 한 조각이다. 

신영규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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