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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우리의 삶과 사랑의 메신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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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우리의 삶과 사랑의 메신저
  • 전민일보
  • 승인 2024.03.12 09: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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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혁명은 신석기 시대의 식량생산 단계에 이른 시대적 전환을 말하며, 그 상황에 관한 유물들이 남아 있다.

한반도에서 그 유물들은 벼, 피, 조로 추정되는 탄화된 곡물이 있다. 3000~3500년 전에도 현재 우리의 주식과 비슷했던 것이다.

한반도의 기후 특성을 고려하면 쉽게 추측하겠지만 벼는 주식의 주요 부분이었다.

그런데 애당초 농업의 중심이었던 벼가 요즘처럼 가치 하락 한 때는 없었던 것 같다.

이른바 쌀 잉여 시대에는 쌀도 큰 변화에 적응해야 하며 변화를 만들어 낼 혁신적 품종을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그러면서 사료용 및 가공적성이 우수한 품종 등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 강조되었다.

열거한 항목들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벼품종이 강조되면서 상대적으로 밥쌀용 쌀이 가공용 쌀과 혼동되어 가치 절하되거나 열등한 쌀로 간주되는 것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벼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이 상상 이상으로 크다. 쌀을 통해 우리의 삶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쌀은 우리가 먹는 음식뿐만 아니라 문화와 언어에도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예를 들어,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를 한다’와 같이 쌀과 관련된 속담이 무려 259개라 한다.

이는 단순히 먹거리로서의 측면을 넘어서, 우리의 정서에도 깊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장에 가면 먹을 것이 산더미처럼 있는데 왜 굳이 쌀이어야 하느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우리 몸은 단순한 고기덩어리가 아니다.

가령 손수 지은 쌀밥을 먹는 사람과 패스트푸드를 소비하는 사람간에는 물리적 차이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는 ‘당신이 먹은 음식이 곧 당신이다’라는 속담에서도 엿볼 수 있다.

국산 쌀을 소비한다는 것은 ‘피와 살’이 되어 우리 모두를 살리는 쌀이 된다.

그 쌀 한 톨에는 농민의 정성이 가득 담겨 있고 국가의 혼이 들어있으며 사계절의 기운이 함축되어 있다. 바로 생명력 넘치는 삶의 상징이다.

쌀에 관해 쓰면서 시골에 계신 부모님이 문득 떠오른다. 어릴 때 어머님은 큰 솥에 보리와 쌀을 따로 놓고 밥을 지었다.

우리 형제의 도시락에는 흰 쌀밥을 싸주고, 가족 식사는 보리와 쌀을 섞어서 했다.

일상의 작은 행동이지만, 그 안에는 어머님의 사랑과 배려가 담겨있었다.

이렇게 쌀은 사랑의 메신저였다. 작년 내 아이가 분가하면서 그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참 부끄러웠다. 나는 내 아이가 이런 생각을 들게 해본 적이 없는 듯했다.

그루터기만 남은 논을 보면서, 권달웅 시인의 ‘쌀’이라는 시를 읽어보았다.

“아버지는 쌀을 안다. 쌀이 농민의 피라는 것을 논매고 피 뽑고 농약치고 허리가 휘어지도록 일해 얻은 벼가 가마니에 담겨 정미소로 들어가 드디어 쌀이 되어 와아아 쏟아질 때 그 반지르르 윤기 도는 쌀을 돌덩이같이 된 손으로 받으며 우는 듯 웃는 아버지는 안다. 쌀이 농민의 피라는 것을.” 이 시를 읽노라면 쌀 한 톨도 대수롭게 넘겨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면서, 우리의 쌀이 참으로 소중하게 느껴진다.

이인석 전북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 지방농업연구사

※본 칼럼은 <전민일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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